‘고졸 신화’ 조성진 LG전자 신임 부회장… ‘인생역전’ 드라마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LG전자가 1일 조성진 H&A사업본부장(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고졸 신화다. 고졸 기술직 인사가 LG전자 내에서 처음으로 부사장, 사장 마침내 부회장까지 오른 것은 ‘신화’로 남을 전망이다. 조 신임 부회장은 올해로 입사 40년을 맞았지만 LG전자는 그에게 더 큰 것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그의 입지전적인 회사 생활이 더 부각 되는 것은 철저한 실력에 따른 승진 인사람 점에서 의미가 깊다. 세탁기에서 시작한 그의 인생이 가전 일반으로, 그리고 LG전자를 모두 총괄하는 최고 사령탑이 된 것은 그간 다져온 탄탄한 실력 덕분이란 게 LG전자 내 중론이다.

조 신임 부회장은 1956년 7월 10일 충남 대천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그에게 도예가가 되길 기대했지만, 반항기 넘치는 젊은 시절 그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용산공고 기계과에 입학했다.

이후 조 부회장은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해, 전기설계실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이때부터 그의 세탁기 인생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선진 기술은 모두가 다 일본 기술이었던 시장 상황에서 그는 ‘일본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그의 심기일전은 통했다. 지난 1999년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이라는 신 기술을 독자 개발해냈다. 이전 세탁기의 표준은 모터에 벨트를 연결해 통이나 빨래판을 구동시키는 방식으로 작동됐었다. 그러나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은 모터가 직접 통이나 빨래판을 돌리는 구조다.

외관상으로만 보면 벨트가 없어졌다는 점과 모터가 차지하던 공간이 사라졌다는 점이 특이점이다. 구동 성능은 놀라웠다. 진동과 소음이 획기적으로 줄었고, 그만큼 에너지 효율도 높아졌다. 기술은 발전해 LG전자는 세탁기 위헤 카드집을 쌓을 수 있을만큼 조용한 세탁기 구동으로 기네스 기록까지 보유하고 있다.

조 부사장은 독자 기술로 드럼세탁기를 개발, 세계 시장에서 히트제품이 된 스팀트롬세탁기를 내놓았다.

성공이 큰만큼 사내 입지도 높아졌다. 그는 2004년 LG전자 세탁기사업부장을 맡았고, 2005년 1월에는 LG전자 HA사업본부 세탁기사업부장이 됐다. 2007년에는 ‘고졸’ 직원가운데 처음으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LG전자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고, 불과 1년만에 LG전자 전체를 총괄하는 부회장 직에 오르게 됐다. 사원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까지 오른 것이다.

조 부회장 덕분에 LG전자는 세탁기 사업분야에서만 최근 3년간 60억달러의 글로벌매출을 달성했다. LG전자 스팀트롬 세탁기는 미국의 유명 유통회사인 베스트바이, 홈디포, 시어즈 등에서 최고가에 판매되고 있으며 시장점유율 50%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그가 부회장 직에 오를 수 있었던 1등 공신은 초프리미엄 가전 ‘시그니처’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말 출시된 시그니처는 통상 5%대에 머무르는 LG전자의 영업이익률을 올들어 9%로 끌어올렸다.

‘불황기에 비싼 제품이 통하겠느냐’는 내부 우려가 컸지만, 불황기 가전 시장은 양극화 된다는 그의 믿음이 시그니처 출시를 결심한 계기였고, 이것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면서 LG전자 매출 비중 가운데 가전의 비중이 크게 높아진 것이 조 사장의 부회장 승진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LG전자 측도 조 사장의 승진 배경으로 “초프리미엄 브랜드 ‘LG 시그니처’와 프리미엄 빌트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브랜드 위상을 한층 격상시켰다”며 “또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미래 사업 모델 기반도 확고히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엔지니어 출신이란 것도 그의 강점이다. 통상 직원들은 임원들의 지시에 대해 ‘기술적으로 구현이 어렵다’는 말을 자주하는데, 조 신임 부회장이 기술 장인으로 커온만큼 이같은 설명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만큼 보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술 개발에 따른 어려움을 깊이 이해하는 터여서 연구개발 직원들의 어깨에도 힘이 들어간다. LG전자의 연구개발 부서 관계자는 “조성진 신임 부회장은 실패에 대해 문책하지 않는다. 항상 더 새로운 것, 더 말도 안되는 것을 시도해보라고 격려한다”며 “엔지니어 출신으로 연구개발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신 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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