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잇단 논란]“국격모독…좌편향 트집잡다 혼 없어져”…前 국편위원장들 일침

-제8대 이만열ㆍ제11대 이태진 前 국편위원장 인터뷰

“국정화 퇴행은 그들(보수층) 표현대로면 ‘국격 모독’이고 북측이 하는 그대로 따라하는 ‘종북(從北)’입니다.”(이만열 교수)

“자유 민주주의 국가 중에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현장검토본을 살펴 본 지금도 국정화 반대합니다.”(이태진 교수)

1일 헤럴드경제와 전화 인터뷰에 응한 전임 국사편찬위원장 이만열(78) 숙명여대 명예교수와 이태진(73) 서울대 명예교수는 모두 지난 28일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지난 2003년 6월부터 2006년 8월까지 노무현 정부에서 제8대 국사편찬위원장을 역임한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사진출처=이만열 교수 페이스북]

이만열 교수는 노무현 정부(2003년 6월~2006년 8월), 이태진 교수는 이명박ㆍ박근혜 정부(2010년 9월~2013년 9월) 시절 각각 제8대, 제11대 국사편찬위원장을 역임했다. 한국 역사학계에서 대표적인 진보와 보수 역사학자로 정반대의 평가를 받는 두 교수지만, ‘국정화’라는 잘못된 기틀 위에 새 역사교과서가 집필됐다는 점에 대해서만은 모두 한 목소리였다.

▶“‘1948년 대한민국 수립’으로 30년 역사 잃어”=이만열 교수는 새 교과서의 내용을 따지기에 앞서 ‘국정화’라는 틀을 적용한 것 자체에 대한 비판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교과서 발행은 국정화에서 검인정, 자유발행제로 가는 것이 요즘 추세”라며 “겨우 국정화에서 검인정제까지 끌고 왔는데 국정화로 퇴행시켰다”고 말했다.

이만열 교수는 ‘1948년 대한민국 수립’ 표기 방침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제헌헌법과 현행헌법에는 1919년을 대한민국 연호의 원년이라 표기했고 1948년엔 대한민국 30년으로 계승됐다”며 “선조들의 역사의식에 눈감은 채 분명한 대한민국의 역사 30년을 잘라낸 국정교과서는 반헌법적”이라고 강조했다.

국정교과서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강조했다는 교육부의 주장도 반박했다. 이만열 교수는 “남측과 비교했을 때 북측은 3ㆍ1독립선언과 대한민국 수립이 1919년에 이뤄졌음을 부인하기 때문에 1948년을 국가수립의 해로 보는 것”이라며 “새 교과서에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과 ‘북한정권 수립’으로 쓴 것은 임시정부 30년 역사를 계승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오히려 약화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0년 9월부터 2013년 9월까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 제11대 국사편찬위원장을 역임한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 [사진출처=국사편찬위원회 홈페이지]

▶“現 검인정 교과서, 중도우파…괜한 수정에 ‘무색무취’ 교과서 탄생”=이태진 교수는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해 한 마디로 ‘실망스러운 무색무취ㆍ사실 나열주의 교과서’라고 혹평했다. 그는 “새 교과서는 이념적 논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도 때문인지 사실들만 줄줄 나열돼 ‘혼(魂)’이라고는 찾아 볼 수도 없었다”며 “시대와 사건에 흥미와 궁금증을 느낄 수 없는 교과서로 학습하는 학생들만 손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국사편찬위원장으로 재직했을 때 이미 현행 검인정 교과서를 중도 또는 중도우파적 성향으로 바꿨다”며 “괜히 현 교과서가 좌편향적이라고 트집을 잡아 급히 수정하다보니 당연히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문제”라고도 했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1948년 대한민국 수립’ 기술도 문제라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이란 국호는 이미 1919년 임시정부 수립 당시 만들어진 만큼 이때를 건국으로 보고, 1948년에는 광복으로 수복한 국토 위에 정식 정부를 수립한 것”이라며 “1948년을 ‘건국절’로 지칭하고 싶었던 집필진이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 1919년, 1948년 어느 쪽도 건국이란 말을 쓰지 못한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고 탄식했다.

이 밖에도 이태진 교수는 기존 검인정 교과서와 차별화되지 못하고 퇴보한 모습을 보인 국정교과서가 새 교육과정에 맞는 ‘올바른’ 교과서로 탄생했기 보단 ‘또 하나의 검인정 교과서’를 만든 것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다만, 이태진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 부분에 대한 서술이 강조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할 부분도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현대사의 긍정적인 부분은 지난 교과서에서도 충분히 다룬 부분”이라며 “한국이 지금 수준까지 경제개발을 하는 과정에 대해 사회과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좀 더 읽기 쉽도록 쓴 노력은 엿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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