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총수 국조 청문회 D-5…전문가 제언] “과거 정경유착과 달라…권력횡포 꿰뚫는 건설적 청문회 돼야”

경제발목 잡는 실익없는 청문회 우려
의원들 ‘인기영합 보여주기식’안돼
자칫하단 기업 글로벌 이미지 큰 타격 줄것

오는 6일 재계 총수들에 대한 국정조사 청문회를 앞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국정조사가 실익(實益) 없이 끝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총수들 세워놓고 결국 이미 나왔던 뻔한 얘기들을 반복해서 물어보는 데 그칠 것”이라며 “수사는 수사대로 비공개로 철저하게 하면 되는데, 국정조사 청문회는 의원들이 인기영합주의에 빠져 ‘보여주기’식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조 교수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생중계를 해가며 기업들에 대해 공분을 일으키고 재계를 불구로 만들면 우리에게 대체 뭐가 도움이 되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부가가치는 결국 기업에서 만드는 건데 이미지가 실추되면 돌아오는 건 내년 취업 시장이 더 얼어붙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최순실 사태의 본질이 ‘기업=피해자’라는 걸 전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회는 지금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이 아니라 본질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최순실 등이) 약점이 있는 기업에 돈을 걷고, 약점이 없는 기업은 권력으로 눌러 돈을 걷었다. 제대로 안 따르고 밉보인 곳은 보복까지 당했다. 이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기업들이 무언가를 얻고자 먼저 나서 돈을 댄 것이 아니란 이야기다. 이 교수는 “아무리 깨끗한 기업이더라도 권력 쥔 사람이 마음먹고 쥐고 흔들면, 기업 입장에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며 “사실상 ‘깡패한테 삥 뜯긴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이 기업들의 자업자득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오랫동안 이어져온 정경유착이 또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정경유착 사례와 이번 사건은 결이 다르다는 반론이 강하게 제기된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모금액 자체가 옛날처럼 총수가 따로 나서서 해야할 규모가 아니다. 거의 대부분 기업들은 전경련을 통해 낸 돈이 이렇게 최순실 개인에게 흘러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이같은 기회를 이용하려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재계가 자초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사실 정권에 비해 개별 기업들의 힘은 생각보다 너무 약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대내외 경영 환경이 가뜩이나 어려운데, 국정조사 장면까지 외신에 보도되면 글로벌 기업들의 이미지 타격도 엄청날 것”이라며 “‘소탐대실’할 수 있으니 국회가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준조세’ 성격으로 매 정권마다 기업들에 돈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자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 이를 막기 위해선 기업 내부에서 기부ㆍ출연과 관련한 명확한 기준을 제정하고, 이에 어긋날 경우 정치권의 요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근본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동욱 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본부장은 “불우이웃돕기나 각종 재난의연금 등 기업들이 선의에 의해 자발적으로 내는 돈의 규모도 만만치 않다”며 “왜 내야하는지도 모르는 돈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자정노력이 우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그러면서 “기업을 하다보면 여기저기서 도와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며 “목적과 운영이 투명한 곳에 자금을 출연할 수 있도록 이사회 등에서 명확한 협조 기준을 만들어 이에 위배되는 지원은 일체 끊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유재훈ㆍ배두헌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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