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 사실상 ‘탄핵 철수’ 수순…이례적 野 압박 ‘포문’

-“탄핵보다 퇴진” 기류 정한 비박계, 靑ㆍ野 동시압박 “野, 협상불가 선언은 오만”

-“탄핵안 표결 시 가결 정족수 충분히 확보” 미끼 내세워 野 협상테이블 앉히기 주력

[헤럴드경제=이슬기ㆍ장필수ㆍ유은수 기자] 새누리당 비박(非박근혜)계가 박근혜 대통령의 자진 사퇴(내년 4월 30일 시한)를 유도하는 쪽으로 입장을 굳히면서 사실상 탄핵소추안 처리 대오에서 철수하는 양상이다. “박 대통령이 자진 사퇴 시점을 명확히 밝히도록 총의를 전하는 것이 먼저지, 9일 탄핵을 강행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게 비박계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비박계는 “직접 사퇴 시한을 명확히 밝히라”며 박 대통령을 압박하는 한편, 야권에도 이례적으로 “지금까지 한 일이 무엇이냐, 협상을 한마디로 거절하는 것은 오만한 행태”라고 포화를 퍼부었다. 비박계는 특히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야권을 어떻게든 협상 테이블에 끌어 앉히려는 모습이다.

[사진설명=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해묵 [email protected]]

비박계 주도 비상시국위원회 간사인 황영철 의원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에게 조기 퇴진 시한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라며 “그 날짜는 4월 30일이 적당하다”고 했다. 정국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4월 퇴진, 6월 대선’이 가장 나은 대안이라는 것이 비박계의 주장이다. 탄핵대신 퇴진으로 비박의 무게추가 기운 셈이다.

비박계의 최대 구심점인 김무성 전 대표 역시 이날 오전 여의도 한 호텔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4월말 대통령의 퇴진이 결정되면 굳이 탄핵으로 가지 않아도 좋지 않겠느냐”며 “의원총회에서 이런 뜻을 결의해 대통령의 답을 촉구하겠다. (여야 협상이 안 된다고 9일에 무조건 탄핵에 돌입)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애매한 입장을 내놨다.

대선 불출마까지 선언하며 “박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겠다”던 과거 입장과는 달라진 기류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비박계가 거듭 ‘탄핵 가결 정족수 확보’를 강조하는 것도 야당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오기 위한 장치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황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탄핵안이 상정될 경우 가결 정족수를 확실히 확보하고 있다”며 “(비박계가 탄핵에 머뭇거리거나 주저하고 있다는) 염려로 논의의 흐름을 희석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동안 야권과의 ‘교전 확대’를 경계하던 비박계가 이례적으로 강한 비판을 쏟아낸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황 의원은 “비상시국위원회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난국을 풀기 위한 해법을 내놓고 있는데, 야당이 한 일이 무엇이냐”며 “단 한마디로 ‘협상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참으로 오만한 태도다. 국회가 국민을 위해 답을 내놓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해야한다”고 했다.

다만, 비박계의 탄핵 동참 여부는 여론의 향방에 따라 충분히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박계 권성동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의 여론”이라며 “(박 대통령이 자진 사퇴 시점을 못박아도) 국민이 ‘탄핵이 맞다’고 하면 탄핵 해야한다. 다만, 여야가 합의를 보면 민심도 (탄핵 우위에서 4월 퇴진 우위로)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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