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총수 청문회 D-5③]정경유착 그 경계선은?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1. 유력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건내고, 특정 사업권을 따낸다.

2. 통치 자금을 전달하자, 은행의 여신 회수 압박이 사라지며 부도를 막을 수 있었다.

3. 도지사가 나서 특정 기업의 대규모 공장 신설 걸림돌을 제거했고, 그 결과 약 1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다. 이 도지사는 결과물을 선거에 적극 활용했고 재선에 성공했다.


위 세가지 사례는 현대사 교과서 또는 요즘 신문에서 어렵지않게 찾아볼 수 있는 문장들이다. 그 중 1번을 오늘날 우리들은 ‘정경유착’ 범죄 행위로 부른다. 또 3번은 관과 기업의 모범 협력 사례로 꼽는다. 정치 권력과 기업간 모종의 거래가 오갔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또 법은 분명하게 전자는 범죄, 후자는 아름다운 협력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세상만사 이렇게 명확하게 선과 악이 구분되지 않는 법이다. 2번 기업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돈을 줬어야 했을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법적으로는 분명히 위법이지만, 오너 자신은 물론 수천명 종업원들의 일자리와 생계가 달린 기업의 생존을 위해 권력과 타협할 수 없었던 점은 일반 국민들의 정서법, 그리고 법원의 판결도 정상참작할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상황에 따라서는 1번 사례와 3번 사례의 평가가 뒤바뀐다. 기업의 정치권에 대한 물질적, 비물질적 로비가 합법적으로 가능한 국가에서는 두 행위간 연관성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문제 없음’ 판결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그 사업권이 대박으로 이어지며 국가 경제 발전을 이끌 경우 ‘아름다운 결단’으로까지 묘사 가능하다. 반대로 해당 기업 또는 정치인이 어느 날 여론의 비난을 받게 된다면, 앞선 3번 행위도 정경유착의 색안경을 쓰고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오는 6일 이름만으로도 왠만한 정치인 이상가는 인지도를 가진, 국내 굴지 대기업 총수들이 국회 청문회장에 단체로 설 예정이다. 불과 몇년 전만해도 정부와 기업의 상생 노력으로 평가받던 자리가 은밀한 불법 거래의 장이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경유착의 부활이다.

하지만 같은 자리에 서는 기업, 총수들의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 자체를 모른 채, 문화융성이라는 대통령과 정부의 좋은 취지에 호응하는 차원에서 수십 억원을 공식적으로 특정 재단에 낸 곳도 있고, 반대로 공식적인 기부금 외 특혜성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곳도 있다. 심지어 기부를 거부한 것과 경영난이 맞물려 동정 여론까지 받기도 한다. 같은 날 같은 청문회에 나가는 총수라도 입장은 저마다 제각각이다.

이와 관련 학계 및 전문가들은 기부 및 사업 진행의 투명성 확보만이 ‘정경유착’과 ‘선의의 협력’ 사이의 애매모호함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고 조언한다. 정치 권력과 정면 대결에서는 언제나 약자일 수 밖에 없는 기업 입장에서는, 스스로 투명성을 강화해 훗날 있을 지도 모르는 ‘뒤탈’을 원천 차단하거나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과거 ‘정경유착’ 사례를 보면 총수나 기업 내 특정인의 안위를 위해 비공식적으로 마련한 돈을 건네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최순실 사태에서 수단이 됐던 ‘준조세’의 재정비도 반드시 필요하다. 대북 지원부터 청년 지원, 문화 발전 등 다들 그럴싸한 명분으로 기업들에게 돈을 강요하는 관행과 법의 헛점 자체를 고친다면, 이런 문제는 생길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김동욱 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본부장은 “왜 내야하는지도 모르는 돈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자정노력이 우선 필요하다”며 “목적과 운영이 투명한 곳에 자금을 출연할 수 있도록 이사회 등에서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 이에 위배되는 지원은 일체 끊는 시스템을 기업 스스로가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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