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거부 곳곳 실랑이…전날 마신술로‘음주’출근운전 단속

단속피해 도주하다 교통사고

“술 안먹었다” 버티다 측정…

서울경찰청 연말연시 맞아

62곳서 90분만에 44명 적발

警“전날 술마셨다면 운전 피해야”

#. 1일 오전 5시40분경. 아직 동이 트기 전인 이른 시간이라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음에도 경찰이 음주 단속을 시작한 지 20분 만에 회색 아반떼 차량 한 대가 단속을 피해 도주하기 시작했다. 도주 차량은 서울 송파구 방이삼거리에서 유턴한 후 신천역 방향으로 우회전해 가다 송파구 신천동 장미아파트 옆 도로 우회전 커브 길에서 좌측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멈춰섰다. 커브를 돌면서 차량 좌측 앞 타이어가 찢어진 것이다. 

1일 새벽 서울 송파구 방이삼거리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불시 단속을 펼치고 있다. 연말연시를 맞아 각종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자칫 증가할 수 있는 음주운전, 그 중에서도 숙취운전에 대비하기 위한 조처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만으로 음주운전을 근절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차량은 신고하고 지인이 음주운전을 하려는 경우 적극 만류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운전자 장모(23) 씨는 현장에서 음주 수치 측정을 거부해 서울 송파경찰서 교통조사계로 임의동행된 뒤 음주 측정에 임했다. 장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인 0.078%였다. 장 씨의 차량에는 함께 술을 마신 4명도 함께 탑승 중이었다. 송파경찰서 교통안전계 소속 경관은 “자칫 큰 음주운전 사고로 이어질 뻔해 위험했다”며 “잠깐의 판단으로 단속을 피하기 위해 도주하면 더 큰 위험이 생긴다”고 말했다.

연말연시를 맞아 시행한 숙취운전 단속에서 장 씨처럼 측정을 거부하고 도주하다 사고를 낸 뒤 면허 정지 처분을 받는 등 많은 운전자들이 출근길 단속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전 5시부터 오전 6시30분까지 서울 전 지역에 경찰 257명과 순찰차 100여 대를 투입, 62곳서 음주단속을 벌여 1시간30분만에 44명을 적발했다. 각각 ▷면허 취소 14건 ▷면허 정지 29건 ▷채혈 1건이었다.

송파경찰서도 이날 오전 5시20분부터 송파구 방이동 방이삼거리에서 전날 밤 술을 마신 뒤 완전히 숙취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숙취 운전자’를 단속하기 위한 불심 음주 검문을 실시했다.

장 씨의 차량을 추적하기 위해 나섰던 순찰차들은 이날 오전 6시께 다시 방이삼거리로 복귀해 단속을 시작했다. 검문에 나선 송파경찰서의 김익환 경위는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신 뒤 충분한 숙면을 취하지 않으면 다음날까지 음주운전에 해당하는 수치의 알코올 성분이 남아있게 된다”며 “생각보다 전날 밤 마신 술로 아침 숙취운전 단속에 많은 분들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날 일부 운전자들은 음주 측정에 적극적이지 않아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한 운전자는 감지기에 소극적으로 호흡을 내뱉어 검문 경관이 “‘하’하지 마히고 ‘후’하고 세게 부세요”라고 거듭 말해야 했다. 또 다른 운전자는 측정에 임하지 않고 “왜 아침부터 단속을 하느냐”, “난 술을 안 먹었기 때문에 안 불어도 된다”며 버티다 결국 경찰의 제지에 감지기에 대고 불어야 했다.

실제로 음주 측정 요구를 받은 이모(39) 씨는 측정기에 숨을 살살 불어넣다 두 차례나 더 측정을 받아야 했다. 결국 수치가 단속 기준(0.05%)에 못 미치는 0.029%로 나오자 그는 “휴우”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 씨는 “어젯밤 소주 1병을 마시고 7시간 정도 자고 출근하는 것인데도 당황했다”며 “처벌을 받게 될까 두려웠다”고 했다.

단속을 마친 허선회 송파경찰서 경위는 “체질과 신체 상태에 따라 같은 양의 술을 먹어도 취하는 정도나 혈중알코올농도는 다르게 나올 수 있어 전날 밤 술을 많이 마셨다면 무조건 운전대를 잡지 않아야 한다”며 “음주 후 6~7시간가량 충분히 잠을 자야 알코올이 분해돼 음주 측정에 걸리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구민정 기자/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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