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업 손 뗄 것”… 남에게 맡기나, 자식에게 맡기나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100억 달러 자산가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동안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공사(公私) 구분을 명확히 해 ‘이해충돌’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지만, 구체적 실행 방안이 나오지 않아 의심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11월 30일(현지시간) 새벽 트위터를 통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국정에 온전히 몰두하기 위해 나의 위대한 사업에서 물러날 것”이라며 이를 위한 법적 서류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법적으로 그렇게 할 의무는 없지만, 대통령으로서 직무가 내 여러 사업과 조금이라도 이해 충돌 소지가 생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

그는 자신의 사업을 이어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족들과 함께 오는 15일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부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그간 미국 정가에서는 트럼프의 이해충돌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는 자기 사업의 지주회사 격인 ‘트럼프 오거니제이션(The Trump Organization)’을 통해 미국을 제외하고도 최소 18개 국에서 111개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음료수 사업부터 대형 부동산 개발업까지 종류와 규모도 다양하다. 트럼프가 개인 사업상 이해와 국가적 이해를 맞바꾸는 정경유착이 세계적 차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는 당선인 신분임에도 인도 뭄바이 남쪽에서 트럼프 이름이 붙은 호화 아파트단지를 짓는 인도 부동산개발 업자 등 사업 파트너들을 만났고,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본인이 현지에서 추진해온 건물 건축 허가를 부탁해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 본인도 대통령 당선으로 인해 자기 사업의 브랜드 가치가 더 올라갔다(hotter)고 인정했다.

트럼프의 이번 선언은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지만 실행 방법은 알려지지 않았다. 가장 주목받는 방안은 재임 중 공직과 무관한 3자에게 재산을 맡기는 백지신탁이다. 미 연방법은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를 막기 위해 재산을 백지신탁하거나 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대통령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트럼프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에게 이해충돌 같은 건 없다”라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등 역대 대통령들은 당선 이후 재산을 백지신탁해왔기 때문에, 트럼프도 이를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 가능성이 높은 것은 장녀 이방카와 차남 에릭 등 자녀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다. 트럼프 역시 이 방안을 택하겠다고 한 바 있고, 측근들도 같은 입장이다.

문제는 이 경우 이해충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 연방법이 가족이 아닌 독립적인 제3자에게만 백지신탁을 허용하고 있는 데다가, 트럼프 당선인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이방카의 남편)는 국정에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비정부기구(NGO) ‘책임성과 윤리를 위한 시민’의 노아 북바인더 사무국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트럼프의 대책이 기업을 3자에게 백지신탁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정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셈”이라며 “트위터 상에 뭐라고 이야기는 하는 것만으로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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