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주거실태①] 옆방 은밀한 소리에 화재 위험…청년 울리는 ‘도심 쪽방’

-1인가구 증가ㆍ주거비 상승…다세대 주택 ‘방 쪼개기’ 기승

-임대료 수익 목적 ‘꼼수’…서울서 3년간 492건 적발 상승세

-화재 등 안전사고 위험성 높아…‘솜방망이’ 처벌 규정 지적

[헤럴드경제=강문규ㆍ이원율 기자 기자]#. 직장인 A(40) 씨는 최근 후배 B(25) 씨가 사는 서울 용산구의 한 원룸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A 씨가 목격한 후배의 집 내부는 TV 드라마에서 나오는 고시원보다 열악해 보였다. 창문 하나가 겨우 환풍구 역할을 했고 싱글사이즈 침대 하나가 들어가기 벅찰 정도로 작았다. 후배는 옆 집 변기 물 내리는 소리 물론 샤워하는 소리까지 각종 ‘은밀한’ 소음으로 고통 받는다고 했다. A 씨의 한숨에 후배는 “서울에서 보증금 500만원, 월세 40만원 주고 살 수 있는 곳은 이런 공간 밖에 없다”며 “불편 해도 어쩔 수 없다. 이만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집이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좁은 복도를 두고 쪼개진 원룸들이 ‘ㄷ’자로 배치된 탓에 한 쪽 방에서 문을 열면 다른 쪽 방문은 막히는 구조였다. 2층 건물에 모두 20가구가 있었지만 소화기는 단 2개뿐이며 그마저도 녹슬어 작동은 되는지 의심스러웠다. 취업 때문에 대구에서 올라와 혼자 사는 후배가 사는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진=좁은 방 내부에는 이렇다할 환기 장치도 없다. 화재가 일어날 시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는 구조다.]

다세대ㆍ다가구 주택 임대사업이 안정적인 수익형 부동산으로 주목받으면서 이른바 ‘방 쪼개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방 쪼개기란 건물주가 임대 수익을 높일 목적으로 부동산 등기부등본상 전유부분을 쪼개 더 많은 원룸을 임대하는 행태를 말한다. 건물 준공검사를 받은 후 지자체의 관리 허술을 노린 행위로, 건축법 제8조 등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단속망을 피한 방 쪼개기는 치솟는 주거비 등을 견딜 여유가 없는 청년 1인 가구를 표적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서울시 ‘불법 방 쪼개기 단속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방 쪼개기 단속 실적은 모두 492건이다. 2013년 174건에서 2014년 146건으로 줄었지만 작년 172건으로 껑충 뛰었다. 자치구별로는 대학들이 몰려있는 성북구(88건)와 서대문구(87건)가 가장 많았다. 성동구(57건), 동대문구(42건), 관악구(40건) 순이었다.

수요자이자 피해자는 20~30대 젊은 층 위주의 주거취약자들이 대부분이다. 주거비를 줄이고자 불법을 알면서도 계약을 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고시원보다 넓으면서 월세는 일반 원룸보다 싸다는 이유로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북구 한 원룸에서 살고 있는 대학원생 이모(26) 씨는 “소리만으로 옆방에서 뭘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 달 연구비로 겨우 70~80만원 받는데 방값 한 푼이라도 아껴야하지 않겠느냐”며 “위험한 구조인 건 알지만 설마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털어놨다.

건축법에 따르면 주택 신축 시 가구 수는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 규모에 맞는 주차장을 갖춰야 하며 건물 완공 시에는 준공 검사를 받아 사용 승인도 받아야 한다. 다만 준공 검사 후에는 별도 관리 체계가 없어 처음에는 투룸, 쓰리룸 등으로 4~6가구를 허가 받은 후 몰래 15~20가구 원룸으로 바꾸는 공사를 한다는 게 관련 업계 설명이다.

문제는 무리하게 쪼갠 구조가 세입자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불법으로 개조한 탓에 방마다 층간ㆍ벽간 소음 노출되기 쉽고 소방ㆍ환기시설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사진=임대수익을 높이려는 일부 집주인들의 이른바 ‘방 쪼개기’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세입자들은 고시원보다 넓고 월세가 싸다는 이유로 암묵적으로 계약을 하는 현실이다.]

서울시는 방 쪼개기 적발 시 시정 명령을 내리고 지키지 않으면 이행 강제금을 부과한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재산 압류 절차에 돌입한다. 이행 강제금은 건물 가격, 규모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

다만 작년 서울시내 방 쪼개기 적발로 인한 이행 강제금 부과액은 평균 168만원으로, 임대수익에 비해 턱없이 낮은 편이라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행 강제금보다 방 쪼개기로 얻는 수익이 더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행 강제금을 내며 재산 압류는 피하지만 불법 행위는 고치지 않는 건물주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이행 강제금 부과액을 늘리는 등 법령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정부에 꾸준히 건의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세입자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개조할 시 불연재료가 아닌 스티로폼 등 졸속 공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심각한 안전사고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값싼 임대료에 현혹되지 말고 즉각 구청에 신고해 2차 피해자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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