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정경분리’ 원칙 깨졌다…유통, 한류, 유화 등 전방위 사드 경제보복 현실화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한국과 중국 양국 간 불문율로 여겨지던 ‘정경분리(政經分離)’ 원칙이 파열음을 내고 있다.

중국은 최근 자국 내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한반도 내 사드 배치 후보지를 내준 롯데에 대해 사실상 경제적 보복을 가한 것이라는 해석이나온다. 한국 최대 유통그룹의 숨통을 죄고 있는 중국은 이미 최근 한류에 대한 금한령(禁韓令), 중국 내 한국 유화업체에 대한 기준 변경 및 허가 불허 등 산업 전반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며 사드 보복에 나서고 있다. 정치 이슈가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양국 정부 모두 공식적으로는 이런 인과관계를 부인하면서 마땅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3일 정부가 발표한 독자 대북제재 방안에 처음으로 단둥훙샹(鴻祥)실업발전공사와 마샤오훙(馬曉紅) 등 중국 기업이 포함되면서 서로 치고받는 극도의 긴장관계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2일 중국 상하이 소식통과 롯데그룹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중국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중국에 진출한 롯데그룹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비롯해 소방ㆍ안전 및 위생 점검을 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중국에 진출한 이후 당국의 동시다발적인 전방위 조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내에서는 롯데가 그룹 소유의 경북 성주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뒤 당국의 보복을 받을 것이란 심각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미 중국은 ‘금한령’(禁韓令)을 통해 한류 연예인의 중국 방송 출연을 막고 있으며 통관 조치도 원칙을 깐깐하게 적용해 관련 업계를 애먹이는 등 사실상의 보복 조치를 취해왔다. 롯데그룹은 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표면적으로 확연히 드러난 사례다.

앞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유화업계도 각각 중국진출 거부, 인허가 기준 강화라는 유탄을 맞았다. 두 산업 모두 중국 의존도가 커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롯데그룹은 일단 현지 상황파악에 주력하면서 중국을 더는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화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업계 역시 한껏 몸을 낮춘채 태풍이 지나가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우리 외교 당국도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외교부는 중국 측의 롯데그룹 조사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자국내 세무조사를 하는 건 주권 행위라는 점에서 정부 차원에서 부당성을 주장하기 쉽지 않다는 게 외교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현재로서는 현지 공관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물밑접촉을 이어가는 등 예의주시하는 방법뿐이다.

중국도 일련의 보복조치들과 사드의 연관성을 공식 부인하고 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일 정례브리핑에서 롯데그룹 세무조사와 사드 배치 간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상황을 알지 못하고 있다”며 답을 피했다. 이에 대해 한 정부 인사는 “‘금한령’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중국의 해명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더 암울한 건 시간이 지나도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겅솽 대변인은 전날 “우리는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데 결연히 반대하고 있다”고 다시 한 번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다. 일관되게 ‘사드는 북핵 대응을 위한 방어적 조치’라며 당위성과 필요성을 주장하는 우리 정부와 타협점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한 전문가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사면초가에 몰린 박근혜 정권이 보수층 결집을 위해 이른바 ‘안보 장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드로 인한 중국과 대립각이 더 날카로워질 것을 우려했다. 양국 간 정경분리 원칙이 무너지면서 한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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