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탄핵·조기퇴진 논란보다 더 급한 건 거국내각 총리

탄핵 정국이 다시 요동을 치고 있다. 새누리당이 1일 의원총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4월 퇴진, 6월 대선’을 1일 당론으로 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로써 박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던 새누리당 비주류가 일단 관망세로 돌아섰고, 탄핵 대오의 균열은 커지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당분간 탄핵 논의 자체가 어렵게 됐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조기퇴진 의사를 밝히면 탄핵은 물 건너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던 야권은 당혹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실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이날 대표 회동을 갖고 탄핵소추 발의안을 조율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당이 2일 탄핵을 당론으로 정했지만 국민의당이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뒤로 한 발 물러섰다. 그러다 다시 5일 탄핵안을 내 밀기도 했다. 우왕좌왕 갈피를 못잡고 있다.

정치권이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것은 대선을 겨냥한 얄팎한 정치공학적 계산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한 걸음 먼저 뛰고 있는 민주당은 하루라도 속히 대선을 치르는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이미 선 상태다. 국민의당은 문 전 대표를 따라잡을 시간이 필요한 만큼 속도 조절에 골몰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 지지세력을 다시 끌어모으려는 입장이다. 이렇게 셈이 각각 다르니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국정이 마비 상태에 빠진 지 한달이 넘도록 정치권은 단 한 줄의 로드맵도 내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탄핵이 됐든, 조기 대선이 됐든 이보다 화급한 건 국정 정상화다. 아무리 빨라도 새 정권이 들어서려면 앞으로 6개월은 필요하다. 이대로라면 국정 공백은 그 때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생각만해도 아찔한 일이다. 각계원로와 여론이 질서있는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정작 무엇이 중요한지를 정치권이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와 정치권은 당장 국정공백을 메우고, 조기 선거를 관리할 거국내각 총리를 속히 추천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탄핵 또는 퇴진 이후 그 권한을 지금의 황교안 내각에 맡기는 건 누가 봐도 옳지 않다. 박 대통령에 대한 4%의 지지율은 총리 이하 내각에도 똑 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다음 정권은 인수기간 없이 당선 확정 즉시 출범 하게된다. 역시 일정시간 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그 전후를 생각하면 거국 내각 총리 선임보다 더 급한 현안은 없다. 아무리 무능한 정치권이라도 이런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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