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벽에 가로막혀 차도 횡단…광화문일대 안전사고 주의보

집회인원 증가속 경찰차 도로점거

행인 차도보행 아찔한 상황 예사

직장인 김태현(35) 씨는 지난달 30일 서울 경복궁역 인근의 회사 앞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신호에 따라 건널목을 건넜는데 경찰버스에 가로막혀 인도로 올라가지도 못하고 차도를 따라 100m를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도로에서 차 사이를 지나며 아찔한 상황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그러나 차도를 걷는 보행자들을 보호하거나 교통 안내를 하는 경찰은 보이지 않았다.

차도를 한참 걷고 나서야 인도로 올라올 수 있었던 김 씨는 현장에 있던 교통경찰에게 항의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결국, 이날 오후 8시께에는 인도로 올라오지 못한 행인 송모(51) 씨가 지나가는 차량에 부딪혀 다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지난 10월 29일부터 시작된 촛불집회가 계속되면서 광화문 인근 안전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집회 때마다 경찰과 소방인력이 총동원되고 있지만, 경찰차벽으로 인해 차도를 횡단하는 등 위험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박근혜 즉각 퇴진 5차 범국민행동’이 열렸던 지난달 26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만 42건의 응급 신고가 접수됐다. 이중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건수만 24건에 달한다. 주최 추산 100만명이 참가했던 지난달 12에는 61건의 응급 신고가 접수됐다.

집회 인원이 매주 늘어나면서 매주 응급 신고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첫 주말 집회가 열렸던 지난 10월 29일에는 신고 건수가 3건, 지난달 5일에는 5건에 불과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인원에 따라 안전사고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며 “경찰 추산 17만명이 광화문에 모였던 지난달 19일에는 전체 신고 건수가 28건으로 잠시 줄기도 했다”고 했다.

소방당국은 집회 인원이 늘어나면서 소방 인력을 대폭 늘렸다. 경찰 추산 4만5000명이 모였던 지난달 5일 집회에는 구급차 7대 등 29명만 배치됐지만, 매주 배치인력이 늘어 지난달 26일 집회 때는 구급차 39대 등 564명이 광화문 일대를 지켰다.

소방 관계자는 “집회 인원이 매주 늘어나면서 이에 따라 대응 인력도 늘렸다”며 “각종 응급상황에 대처하고자 오는 3일 집회에도 대규모 현장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장 대응 인력이 늘어났지만, 집회가 벌어지는 광화문 인근에는 위험요소가 많다. 광화문 곳곳에서 인도가 통제되자 도로로 나선 시민들이 차량과 섞이는 광경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주요 길목마다 교통경찰을 배치하고 있지만, 평일에도 광화문 인근에서 매일 10여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평일 행진 때도 가능한 인원을 모두 투입해 사고 예방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다”고 말했다.

매일 집회가 이어지면서 현장 대응 인력들의 격무도 문제가 되고 있다. 매일 수만명에서 100만명 규모의 집회가 이어지면서 대응 인력들이 지쳐간다는 내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행진 때마다 모범 운전사와 의경까지 투입하고 있지만, 이들도 지친 상태”라며 “대응 인력들의 건강도 이제는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고 했다.

유오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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