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열쇠 비박계, 野에 “5일 강행 말고 협상하자” 공허ㆍ애매한 외침만

-野 ‘협상 불가’ 원칙 분명히 한 가운데, 협상 없이 탄핵안 표결이 강행될 경우의 입장은 여전히 ‘불분명’

-탄핵 가결 캐스팅보트 쥐고 청와대ㆍ친박계-야권 사이에서 정국 주도 노림수 분석

[헤럴드경제=이슬기ㆍ유은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의 ‘열쇠’를 쥔 새누리당 비박(非박근혜)계가 야당의 대통령 조기 퇴진일정 조율 협상 참여를 거듭 촉구했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탄핵안 표결에 동참하겠다는 뜻에는 변화가 없지만, 일단 협상은 해봐야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게 비박계의 입장이다. 그러나 야권은 이미 ‘협상 불가’ 원칙을 분명히 한 터다. 협상 없이 탄핵안 표결이 강행될 경우 비박계의 기류가 어떻게 변화할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비박계 주도 비상시국위원회 간사인 황영철 의원은 2일 국회에서 열린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상시국위원회는 여러가지 사안을 고려해 (탄핵안을) 9일에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일관되게 요구해왔다”고 했다. “5일 본회의 일정도 예정되지 않은 가운데, 무리하게 탄핵안 표결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박계의 ‘9일 탄핵안 표결’ 주장에는 ‘박 대통령 조기 퇴진 일정에 대한 여야의 협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른바 ‘조건부 탄핵 참여론’이다.

[사진설명=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박해묵 [email protected]]

황 의원은 “9일로 탄핵안 표결 일정을 잡고, 7일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국회의 합의안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야권에) 강력하게 요구한다”며 “박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담화에 여러가지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퇴임 시기와 이후 대선 일정 등을 모두 국회가 결정하고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7일까지 여야가 합의를 이뤄내면 새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황 의원은 이어 박 대통령을 향해서도 “4월 30일을 기준으로 한 명확한 퇴임 일정과 ‘모든 국정을 총리에게 넘기겠다’는 2선 후퇴의 의지를 천명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탄핵 캐스팅보트’를 쥔 비박계의 대야(對野)ㆍ대청(對靑) 동시 압박이다.

문제는 비박계가 ‘여야 협상 없이 5일 또는 9일에 탄핵안 표결이 강행될 경우’의 입장을 아직도 명확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협상 불가’ 원칙을 분명히 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범죄 사실이 명확하게 나와있는데, 그것을 아무것도 없는 듯 헌법기관인 국회가 넘어갈 수 없다”며 “향후 정치 일정 논의는 (박 대통령에 대한 법적 처리) 다음에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국회가 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탄핵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현재 국면 그대로 탄핵안 표결이 진행될 경우 비박계가 찬성과 반대 중 어떤 표를 던질지 알 수가 없어진 셈이다. 비박계 핵심인 유승민 의원 역시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협상을 거부하고 탄핵안 표결을 강행한다면 저희가 참여할지는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5일 탄핵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가 열릴지 안 열릴지 모르겠으나, 본회의가 열리면 다시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비박계가 “마치 탄핵을 거부하는 것처럼 오해하지 말아달라(유승민 의원)”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여야의 의견이 180도 다른 전제 조건을 달아 청와대와 친박계-야권 사이에서 정국을 주도하려 한다는 정치권의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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