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일자리 1개당 기업에 1000만원씩… ‘퍼주기 논란’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은 기업과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는 얼마 전 에어컨 제조사 캐리어가 공장을 멕시코로 옮기는 것을 막아 일자리 1100개를 지켰다고 자랑한 바 있다. 그러나 그 대가로 일자리 1개당 8750달러(약 1000만원)의 세제 혜택을 주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인디애나 주지사)은 캐리어가 공장을 멕시코로 옮기지 않는 대가로 모기업인 ‘유나이트 테크놀로지사’에 한 해 70만달러씩, 10년간 총 700만달러(약 82억원)의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게티이미지]

트럼프와 펜스는 이날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 있는 캐리어 공장을 직접 방문해, 자신이 사측과 담판을 지어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는 계획을 포기시키고 일자리 약 1100개를 지켜냈다고 자랑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대가를 치르지 않고 미국을 떠나는 기업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도 이 문제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가 지난 11월 8일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외부 행사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일 정도로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다.

그러나 WSJ에 따르면 이번 거래에 따라 멕시코로 넘어가지 않게 된 일자리는 1100개가 아닌 800개다. 나머지 300개는 연구직과 본사직원으로 애초에 멕시코 이전 계획에 들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일자리 1개당 8750달러(약 1015만원)씩 국민들이 낸 세금을 퍼준 셈이다. 게다가 캐리어는 허팅턴의 또 다른 공장 일자리 700개를 포함한 1300개 일자리는 여전히 멕시코로 이전할 계획이다. 엄청난 돈을 혜택을 주고도 일자리를 완전히 지켜내지는 못한 것이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1일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가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하려는 모든 기업들에게 친기업적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비판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 역시 “트럼프 당선인이 오바마 행정부가 만들어낸 것 만큼 제조업 부문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려면 캐리어 경우와 같은 협상을 804건이나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방식이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자유시장적 관점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WP는 역대 대통령들이 특정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조치를 취한 적은 있지만, 트럼프처럼 단 한 개의 회사를 상대로 한 것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기업 유치를 위해 기업에게 대규모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 이미 일상화됐다는 반대 의견도 있다. 얼마 전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보잉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판정받은 워싱턴주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87억 달러의 혜택을 보잉 측에 제공했다. 네바다, 뉴욕, 오리건 등도 테슬라, 알코어, 나이키 등의 기업 유치를 위해 수십억달러의 혜택을 준 바 있다. 미국 조세협회(Tax Foundation)의 스캇 드렌카드 이사는 “다른 주라면 700만달러 인센티브는 뉴스꺼리도 안될 것이다”라며 “국가적인 측면에서 이것은 상대적으로 작다”라고 말했다.

다만 국가가 기업에 퍼준 만큼 돌려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의회전문지 더힐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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