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떼’ 돌아오듯 반갑네…LA한인의류 도매업계 방문 고객 증가

3년만에 20%가량 크게 늘어…전체 업체수 급감한 데 따른 ‘반사이익’

의류바이어제품구매
LA다운타운 의류 도매상권을 찾은 바이어들이 구매할 제품을 고르고 있다. <자료사진>

“아직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방문 고객이 늘어나니 반갑네요”

2~3년간 도매 매장을 직접 찾는 고객이 줄어 어려움을 겪던 LA 다운타운 지역 한인의류업계가 최근 갑자기 늘어난 바이어들로 밝은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초부터 6일까지 두달 가량 쇼룸 방문 고객이 지난해 대비 10~20%가량 늘었다. 개별 바이어당 구매액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소폭 늘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매년 10월부터 12월 중순까지는 연말 소비 시즌에 맞춰 일반 고객들에게 판매할 제품을 도매로 사기 위해 크고 작은 규모의 의류 소매상들의 발길이 LA한인 의류 도매 업계를 찾아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이후 여러가지 내외부적인 요인으로 방문객이 급감했다. 올들어 방문객이 갑작스럽게 늘어난 것에 대해 업계의 분석은 여러갈래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다.

최근 2년 새 의류 업체 4곳 중 한곳 꼴로 약 500개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경쟁이 그만큼 헐거워진 때문에 고객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라는 해석이 가장 많다. 여기에 소매 부진으로 인해 장기간 제품 구매를 꺼렸던 상당수 소매업체들의 재고가 거의 소진돼 바이어들의 구매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2~3년간 극심한 불황을 겪으며 상당수 한인 의류업체들이 제품의 디자인 뿐 아니라 품질 등 기본 생산방식과 영업, 물류를 바이어 친화적으로 개선한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과거처럼 무리하게 주문부터 받고 이후 재고 관리 소홀로 제품을 배송하지 못하는 경우는 이제 거의 찾아 보기 어려워 바이어와 지속적인 신뢰 관계 형성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인의류업계의 매출 부진 상황은 여전하다. 2년 사이 500개에 달하는 업체가 매출 부진을 이기지 못해 문을 닫거나 은퇴를 준비했던 1세대 의류인들은 의류업을 마다하는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못해 이른바 ‘흑자 폐업’을 해야 했다. 또 올 연말부터 내년 1분기까지 추가로 100개 이상의 업체가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폐업하는 회사나 떠나는 업주들에게는 서글프겠지만 남아 있는 이들은 조용히 다시 웃음을 찾고 있다는 현실은 2016년 연말을 보내는 LA지역 한인 의류업계의 ‘웃픈(웃기지만 슬픈)’ 모습이다. 이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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