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알고싶다’ 국면전환 대가 김기춘 전 실장을 파헤친 이유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주 우병우에 이어 14일 방송에서는 국정농단의 핵심인물로 의심받고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 파헤쳤다.

김기춘 전 실장은 청문회장에서 “최순실을 모른다”고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제작진은 그의 공직 50년 삶을 추적해 그의 행적이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파헤쳤다.

이날 방송에 따르면 김기춘 전실장은 “국면 전환 프레임”을 만드는데 귀재였다. 그것은 똑같은 방식과 원리로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1992년 ‘초원복집사건’은 김기춘 법무부장관이 부산의 기관장들을 모아 놓고 지역감정을 유발하게 하는 등으로 대통령 선거에 대한 작전을 지시하는 모습이 드러난 사건이었다. 그 유명한 “우리가 남이가”라는 유행어의 진원지다. 하지만 이들 기관장들은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김기춘은 먼저 유감의 사과를 표시한 뒤 통일국민당의 불법도청을 문제삼아, 당시는 법제화가 되지 않았던 통신보호법 위반으로 관계자들을 처벌받게 했다.

“도둑을 잡으라고 ‘도둑이야’ 했는데, 도둑이야 했던 놈만 처벌받은 거죠.”

11.22 사건이라 불리는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 사건’에도 김기춘이 관련돼 있었다.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이들을 잠재우고 공안정국을 만들기 위해 국가 안보를 핑계 삼아 한국말도 잘 못하는 무고한 재일교포 청년들을 간첩으로 만들어야 했던 이 사건의 책임자는 그 당시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이던 김기춘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절을 감옥에서 보냈던 간첩조작사건 피해자들이 최근에야 재심을 통해 무죄가 입증되고 있지만 여전히 책임자로부터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하고 있다. 김기춘 전 실장은 이 사건에 대해 최승호 PD와의 인터뷰에서도 “알지 못한다. 그만하세요”로 답했다.

지난해 11월 언론에 처음 공개된 故 김영한 민정수석 비망록 내용은 청와대 수석회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김영한 수석은 비서실장이 한 말은 ‘長‘이라고 써놨지만, 이마저도 김기춘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회의라는 게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 하며, 작성자의 주관도 개입될 수가 있다고 물타기를 해버렸다.

하지만 일은 비망록 내용대로 착착 진행되었다. 단식농성을 하던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가 병원에 실려가던 2014년 8월 22일 다음날부터 김 씨에게 이상한 기사가 쏟아졌다. 돈 때문에 딸을 파는 파렴치한이라는 기사들이 쏟아졌고, 김영오씨의 신상이 털렸다.

이즈음 8월 23일자 김영한 수석의 비망록에는 “자살방조죄, 단식은 생명 위해행위이다, 국민적 비난이 가해지도록 언론지도”라 쓰여 있다. 김영오씨의 고향인 정읍 사찰 내용 역시 비망록에 포함돼 있었다.

광주 비엔날레에 초대형 작품을 전시하려다 무산됐던 민중화가 홍성담 화백의 이름도 비망록에 무려 14차례나 등장했다. 홍성담 화백은 “박정희 뒤에 있는 김기춘 얼굴도 다른 걸로 바꾸고.. 광주정신 특별전에서, 최고 권력에 대해 이 정도 풍자도 못하게 한다면 이 비엔날레는 없애야죠“라면서 “오싹하더라. 수석비서관 회의라면 우리나라 권력의 최정점 아니냐. 거기서 사람 하나 죽이고 살리고 다 할 텐데”라고 말했다.

김기춘 전 실장은 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무조건 모른다거나 본질을 흐릴 게 아니라, 자신이 했던 역할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 그 출발점이어야 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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