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도깨비‘ 해피엔딩과 새드엔딩보다 더 중요한 것은?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는 이제 3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김은숙 작가는 ‘도깨비’가 방송되기 직전 가진 제작발표회에서 “지금까지 제 드라마에서 후반 이야기가 약화된 것은 작가의 잘못이며, 이번 드라마는 서사를 잘 운용해서 엔딩까지 힘 빠지지 않도록 하겠다”라는 약속을 완벽하게 지켰다.

‘태양의 후예‘는 가상의 오지인 우르크에서 서울로 배경이 바뀌는 13회부터 이야기도 느슨해졌다. 하지만 ‘도깨비’는 오히려 13회가 가장 재밌었다는 반응이 많다. 85분간 방송됐는데도 긴장감을 유지했다. 거의 마지막회 같은 분위기였다. 그리고 결방, 1주일 동안 기다리게 만들었다.

서사 전개와 감정선 연결은 정말 쓸쓸하고 찬란했다. 뫼비우스의 띠가 연상될 정도로 전생과 현생이 완벽하게 연결됐고, 그 감정선을 쌓아온 게 종반들면서 이야기가 더욱 쫄깃해진 이유다.

이제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중에서 해피엔딩으로해달라는 요청이 많다. 해피엔딩이 점쳐지는 이유는 공유(김신)가 마지막회가 아닌 13회에서 무(죽음)로 돌아갔다는 점과,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 새드엔딩이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엔딩은 작가가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다. 그동안 쌓여온 스토리와 감정선을 마무리하는 행위이다. 그러니 결말의 반전과 파격마저도 스토리 연결상에서 이뤄져야 한다. 드라마의 모든 내용이 김정은(강태영 역)이 쓴 시나리오 내용으로 밝혀진 ‘파리의 연인’의 결말이 비난 받았던 것은 그때까지 풀어왔던 이야기와 너무 생뚱맞았기 때문이고 뜬금 없는 엔딩이었기 때문이다.

‘도깨비‘는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을 동시에 껴안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김은숙 작가의 내공이 느껴진다. 13회에서 ‘무’로 돌아가 버린 공유(김선)가 다시 살아오길 시청자들이 간절히 바라게 해놨다. 그래서 지은탁(김고은)이 10년 뒤 한 레스토랑에서 뒤를 보며 해맑게 웃으며 부른 대표님이 공유이길 바란다.

하지만 해피엔딩, 새드엔딩 보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피엔딩, 어떻게 새드엔딩을 할 것이냐다. 14일 방송된 ‘도깨비 스페셜: 모든 날이 좋았다’편에서도 강조했듯이, ‘도깨비’는 기본적으로 사랑이야기이다.

도깨비 검이 왜 김신의 가슴(하트)에 꽂혀 있었는지도 조금 알 것 같다. 사랑도 해보지 못하고 오로지 왕을 위해, 그것이 나라를 위한 것이라 생각하고, 전쟁만 하다가 수많은 공을 세웠으나 오히려 그 왕으로부터 자신의 부하, 가솔과 자신마저도 죽임을 당한 김신. 900년간 삶이 정지해있다 만난 첫사랑인 지은탁(의 생)을 위해 자신이 무로 돌아가는 걸 알면서도 검을 뽑아 왕을 배후조정했던 박중헌(김병철)을 베었다.

공유가 물의 검이 아닌 자신의 가슴에 꽂혀있던 불의 검으로 박중헌을 베는 행위는 악역(두목) 한 명 죽이는 게 아니었다. 악역(악귀)을 죽이는 행위중에서 가장 큰 의미를 담고 있다.

박중헌은 고려 시대 왕인 왕여(이동욱) 옆에서 김선과 김신을 죽음으로 내몰고 900년간 귀신으로 구천을 떠도는 간신이었다. 비선실세였던 그는 왕의 눈과 귀를 막아 국정을 농단했을 뿐만 아니라, 왕이 한때 사랑해 결혼했던 아내였던 김선(김소현, 현생에서는 유인나)도 지키지 못하게 했다. 김신도 전쟁을 수행하느라 자신의 여동생(김선)의 행복함을 보지 못하고 챙기지 못했다.

전생에서 사랑을 몰랐던 김신은 특별한 인연으로 현생에서 해맑고 순수한 소녀 지은탁을 만나 사랑의 감정을 키워갔다. 지은탁도 고3에서 성인이 되면서 ‘아저씨’에게 스킨십도 하는 등 감정 표현에 보다 솔직해졌다. 이들 관계의 결말을 보려면, 무로 돌아갔던 공유가 어떻게든 돌아와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전생의 죄로 저승사자가 된 이동욱은 김선(공유)과 아내 김선의 현생인 써니(유인나)에게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었지만 국왕이라는 자리를 지켜내지 못했던 과오가 너무나도 크다. 하지만 그는 사랑 앞에서는 순진한 인물. 직무정지기간 내내 아내 그림만 그리며 은둔형 외톨이의 모습을 보여왔다.

센 언니 이미지인 치킨집 사장 써니가 그런 남편을 현생에서도 사랑하는 지고지순형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이는 김신이 현생에서 만난 누이 써니에게 “너는 이번 생에서도 그 멍청이를 지키는구나”라고 말한 데서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도깨비‘는 지금까지 서사와, 전생과 현생이 이어지는 사랑 이야기를 잘 풀어왔다. 황당한 판타지적 설정에 의해 캐릭터는 오히려 입체적으로 만들어졌고, 사랑이야기도 단선적이지 않아 좋다. 공유-김고은, 이동욱-유인나 케미가 더욱 애틋해지고 두터워진 것은 그때문이다.

끝을 향해가고 있는 ‘도깨비‘에서 해피엔딩과 새드엔딩보다 더 중요한 게 이들의 이야기, 이들의 사랑이 어떤 식으로, 어떤 감정으로 다가오게 할 것이냐다.

물론 엔딩이 시청자에게 기대감과 불안감의 충격을 동시에 드러내는 역할을 하지만, 결말은 이런 이야기의 흐름에 방점 하나 찍는 정도면 된다고 생각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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