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한류스타 이영애가 출연하는 SBS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가 오는 26일 첫 방송된다. 이영애는 ‘대장금’ 이후 13년 만에 시청자와 만난다.
‘사임당’은 사전제작으로 이미 만들어진 30부작 퓨전사극이다.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시간강사 서지윤(이영애 분)이 이태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임당(이영애 분) 일기에 얽힌 비밀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풀어낸다. 일기 속에 숨겨진 천재화가 사임당의 불꽃같은 삶과 ‘조선판 개츠비’ 이겸(송승헌 분)과의 불멸의 인연이 박은령 작가의 상상력으로 아름답게 그려진다.
드라마 ‘사임당’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의 사임당의 이미지와 많아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의 전통 어머니의 상을 강조하기 위해 똑똑한 아들을 길러낸 사임당이 현모양처 이미지로 굳어졌다. 5만원권 초상화속에 무표정한 채 박제된 신사임당이 16세기에는 율곡의 엄마가 아닌, 천재 화가 신씨로 당당하게 칭송된 사실을 우리는 잊고 있었다. 그녀는 단정한 현모양처이기만 했을까? 마음속에는 말 못할 끌탕과 결코 잠재워지지 않을 불꽃이 존재하지 않았을까?
‘사임당’ 윤상호 PD는 “사임당은 요조숙녀가 아닌 불타는 예술가다”면서 “정적이지 않고 다이내믹한 잔다르크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박은령 작가도 “사임당의 작품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당대에는 율곡의 엄마가 아닌 산수화에 일가견이 있었던 화가였다. 요조숙녀 이미지는 일제시대 이후 송시열의 성리학을 계승한 우파의 담론에 의해 만들어졌다”면서 “당시 사임당까지 딸 다섯명이 유산을 똑 같이 나눴다. 결혼을 하면 친정에서 받은 돈을 가져가 남편과 돈을 섞지않고 자신이 직접 관리했다”고 사임당의 주체성과 능동성을 강조했다.
박 작가는 “당시에도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일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사임당은 워킹맘에다 예술가라는 특성이 더해졌다. 남편이 54세까지도 과거 시험에 붙지 못해 낙하산격인 음서 제도로 관직에 오른다. 게다가 사임당은 율곡을 포함해 자식이 일곱명이다. 신사임당이 어떻게 분노가 없고 조용한 요조숙녀일 수만 있었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조선의 워킹맘을 쓰고 싶었다”고 했다.
‘사임당’은 조선과 현대를 오가는 타임슬립 구조다 보니 이영애는 1인 2역을 맡게 됐다. 박 작가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콘셉트가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영향을 받았지만, 이영애라는 배우에게서 현대물도 보고싶었다. ‘대장금’도 있지만 ‘친절한 금자씨’도 있지 않나. 사극만 하기에는 아깝다. 이영애 씨에게 ‘사임당’은 짬뽕과 짜장면이 다 있는 ‘짬짜면’이라 했더니 웃더라”면서 “이영애 씨는 와일드 하지 않고 조근조근 이야기 하는데 그런 모습이 사임당을 연기하기에 좋다. 이영애 씨에게 그림을 가르쳤던 화가 선생님이 처음 그리는 사람이 그을수 없는 선을 그렸다고 소름 끼쳤다고 했다”고 말해 이영애가 사임당 역에 알맞다는 사실을 전했다.
또 박은령 작가는 “작년 11월에 30부 가편집본을 몰아서 다 봤다. 교도소에서 3년 정도 있다 나온 기분이다. 시청자분들이 보시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리버럴한 드라마다”면서 “미리 방송됐다면 블랙리스트 1순위로 올라갔을 것이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박 작가는 “사임당 하면 지루하고, 자꾸 가르치려 하면 어떻하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절대 가르치지 않는다. 훈장질 하는 드라마가 아니다. 고고한 사람이 아닌, 인간적이고 솔직하며, 우리 옆집 아줌마일 수 있는 사임당을 그려낼 것이다”면서 “샤방샤방한 한국의 색, 한국의 미술을 외국인들이 좋아한다. 이 드라마가 끝나면, 한국미술 붐도 함께 일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PD도 “한복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싶다. 풀샷 느낌으로 한복 고유의 아름다움과 궁금증을 유발시킬 수 있지 않을 까 한다”고 했다.
사드 배치 등으로 불거진 ‘한한령’ 여파를 ‘사임당, 빛의 일기’도 피해가지 못한 모양새다. 지난해 6월 촬영을 마친 뒤 광전총국 심의가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는 상황. 여전히 답이 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드라마들이 중국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개했으나 ‘사임당, 빛의 일기’는 중국 내 유력방송사에서 방송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기에 더욱 쉽지 않다. 윤 PD는 중국의 ‘한한령’과 관련, “‘사임당’이 중국시청자를 배려해 한국 시청자를 고려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 있었는데, 기획단계부터 한국의 자긍심과 자부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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