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기·김새론‘묵직한’소신행보‘눈길’시사회서 “위안부 할머니들 위로받는 세상되길”

참으로 속 깊고 옹골차다. 배우 김향기와 김새론의 연기와 발언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하고 있다.

영화 ‘눈길’(감독 이나정/제작 KBS 한국방송공사) 언론배급시사회가 13일 서울시 성동구 CGV왕십리에서 진행됐다. 이나정 감독, 류보라 작가, 김향기<왼쪽>와 김새론이 참석했다.


‘눈길’은 1944년 일제강점기 위안부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서로 다른 운명으로 태어났지만 같은 비극을 살아야 했던 종분(김향기)과 영애(김새론 분) 두 소녀의 가슴 시린 우정을 다룬 드라마다. 지난해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제18회 상하이 국제영화제, 중국 금계백화장 시상식 등에 초청되었으며, 금계백화장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김새론은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무엇보다 ‘눈길’에서 빛나는 건 두 주연 배우다. 김향기는 가난하지만 씩씩한 소녀 종분 역, 김새론은 부잣집 막내에 공부까지 잘하는 소녀 영애 역이다. 극과 극의 환경 속에서 자랐지만 두 소녀는 위안부 강제 징집 열차에서 마주한다. 출발점은 달랐으나 시대가 낳은 비극 아래 결국은 같은 운명이 되었다.

‘눈길’은 드라마틱함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한겨울 설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삭막한 이야기에 가깝다. 갈등이 극에 치달을 수 있는 장면도 은유를 통해 보여준다. 이 담담한 이야기를 이끄는 건 두 소녀들이다. 종분과 영애는 소수가 경험한 극적인 삶보단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던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을 이야기한다.

김향기와 김새론은 끔찍한 폭력의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소녀들의 일대기를 혼신의 열연으로 그렸다. 그들이 원하는 건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 목화솜이 들어간 이불을 덮는 것이다. 하지만 끔찍한 상황에 처한 소녀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은 사치다. 선뜻 용기를 내긴 어렵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만 했던 이야기는 두 천재적 배우들을 만나 생명력을 얻었다.

김향기는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는 이야기라 조심스러웠다. 용기를 내야 했다”라면서도 “이 역사는 잊어서는 안된다. 모두가 인정하고 기억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들을 진심으로 위로해줄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새론 역시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본다. 많은 분들이 이런 상황을 깊게 생각해본 적 없으실 것 같다. 나 역시 촬영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꼈다. 그분들에게 ‘눈길’이 위로가 되길 바란다”라며 역사적 비극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모두가 기억해야 하는 역사를 위해 온몸을 던져 열연한 김향기와 김새론. 이들의 소신 있는 행보가 관객의 선택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오는 3월 1일 개봉.

성선해 기자/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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