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실현’에 대한 갈증…‘끝까지 간다’가 계속 가야하는 까닭

장기 미제사건 새 기법 동원
용의자 분석·실체에 한발 다가서기
공중파·경찰청 협업 ‘색다른 실험’

미제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이 그 어느때보다 높다. 미제사건은 한 때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이제는 잊혀져버린 사건들이다. 전국의 미제사건은 무려 4만1천여건이나 된다.

‘시그널’도 그 열망에 부응한 드라마였다. ‘그것이 알고싶다’도 미제 사건을 다뤄 잊혀져가는 기억을 환기시킨다. 그 연장선에 있는 영화 ‘재심’도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모티브를 따와 허구를 가미했다.

파일럿 방송인 KBS ‘끝까지 간다’의 윤진규 CP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진실과 정의 찾기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KBS1 ‘미제사건 전담반, 끝까지 간다’가 4부작 파일럿으로 방송되고 있다. 1부 편지속에 숨은 진실 서천 카센터 방화 살인사건, 2회 CCTV 속 용의자, 청주 검은 비닐봉지 살인사건을 방송했고, 아직 2회가 남아있다.

2회는 시청률이 5%를 넘겼다. 발전된 법 영상 기술로, 새롭게 분석해본 CCTV속 차량과 철저한 법 영상 기법을 활용해 8년전 일어난 살인사건의 실체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끝까지 간다‘는 방송 언론이 경찰청의 협조를 얻어 전국의 장기미제전담팀과 미제사건을 다시 조명하고, 법과학의 눈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실마리를 찾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캐치 프레이즈는 “잡고 싶고 잡아야 한다”다.

왜 ‘끝까지 간다’가 만들어져야 하고 정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아야 할까? 간단하게 말하면 진실과 정의 찾기다. 윤진규 CP는 “대선 관련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가 실업문제나 양극화가 아니라, 정의 실현인 것으로 나타난다. 영화 ‘재심’도 그렇고, 정의 구현에 포함된다. 이는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은 이정진은 “‘그것이 알고싶다’의 김상중과 비교되는 것만도 영광이다. 넘사벽인 그 프로그램과 관계 없이 진정성 있게 다가간다. 남자의 자격할 때도 아무도 될 거라 생각 안했다. 사람들이 좋아서 했다. 지금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걸 솔직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정진은 “이태원 살인사건과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 사건이 해결됐다. 이태원 사건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스토리를 진정성 있게 끌고 간다면, 충분히 영화로도 재조명될 거고, 경각심도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윤진규 CP는 ‘그것이 알고 싶다’와의 차이에 대해 ”우리가 먼저 방송을 시작하지만 많은 방송시간대가 많이 겹친다. 우리는 범죄전문가, 미제사건전담팀장, 프로파일러 등이 스튜디오에 출연해 깊숙이 들여다보고 사건을 공론화시킨다. 분석하고 따져보는 형식이 ‘그것이 알고싶다’와 다른 점이다“고 설명했다.

윤진규 CP는 ”사건 피해자의 유가족 이야기도 있다. 제 바람은 시청자도 공감할 수 있게 해 꼭 범인이 잡는 것까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서울지방경찰청 미제사건전담반 정지일 팀장은 ”수사팀에서 지방청별로 세미나도 하고, 법의학, 교수, 전문가들과의 토론을 통해 참고하기도 한다. 방송 언론과 공개적으로 제보도 받는다. 여러가지로 유리한 점이 생긴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모방범죄 발생 우려에 대해서는 ”우리는 용의자 색출과 분석에 치중한다. 사건 해결에 비중을 더 많이 둘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진규 CP도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토론을 많이 했다. 선정성을 자제했다“고 말했다.

정지일 팀장은 ”만약 범죄 관계자가 사건을 교란시키기 위해 제보를 한다면, 이건 수사의 단서가 된다. 1000가지 제보중 999가지가 허위라도 1개가 진짜라면 이를 바탕으로 단서를 찾아나가게 된다”면서 ”진행중인 사건이라 범인,공범, 피해자나 가족들이 봤을때 장단점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가족과 수차례 만나 사건과 동기 등을 풀어나갈 것이다“고 설명했다.

1986년 경찰에 투신해 31년째 근무중인 정 팀장은 ”수사는 법과학이나 통신수사 등 근거를 밝히는 게 중요하며, 거기에 수사경험이라는 노하우가 플러스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