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병원선’ 강민혁, 메인남주를 감당해내기 위한 조건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MBC 수목드라마 ‘병원선’은 요즘 ‘사랑선(러브보트)’이 된 듯하다.

곽현(강민혁)과 송은재(하지원)의 멜로 급진전에 곽현과 다시 잘해보겠다며 병원선에 탑승한 곽현 전 애인 최영은(왕지원), 여기에 한의사 김재걸(이서원)이 송은재가 좋아졌다며 곽현과 연적 관계를 형성했다.

졸지에 2개의 삼각구도가 만들어졌다. 김재걸이 송은재를 좋아하게 되는 계기는 심근경색이 일어난 자신의 어머니를 구해주면서다. 사랑의 감정이 싹트는 건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어도 의학장르물에서 러브라인 관계를 꼬아놓으면 장르적 전문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 게 첫번째 우려다. 어쨌든 강민혁-하지원-왕지원과 하지원-강민혁-이서원 등 2개의 러브라인을 정리해나가야 한다.


두번째 우려는 출연진들의 연기력이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배우가 강민혁이다. 비중이 매우 높은 메인남자주인공을 맡았기 때문이다. 장르물에서 메인남녀주인공은 매우 어려운 위치다. ‘낭만닥터 감사부’에서 서브남주 유연석은 연기를 잘 했지만, 무거운 짐 상당 부분을 메인남주인 한석규에게 넘길 수 있다. 강민혁도 ‘딴따라’를 할 때는 지성이 있었다.

‘병원선‘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자신이 온전히 상황을 끌고 가야하는 메인남주다. 강민혁이 연기를 못한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다. 그는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선보인 맥을 끊는 발연기에 비하면 연기가 크게 발전했다.

하지만 장르물의 주연감으로는 조금 힘들 수도 있다. 감당할 수 있을 때 메인남주는 엄청난 기회이지만, 감당하기 어려울 때는 그런 캐스팅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블러드’에서의 안재현을 기억한다. 한단계씩 올라가지 않고 무리하게 메인 주인공 자리를 꿰차 드라마만 망한 게 아니라, 그의 연기도 수준 이하였다. 안재현은 뱀파이어 바이러스에 감염된 부모 사이에서 잉태돼 태어난 뱀파이어로 피에 대한 욕구를 제어하며 살아가는 메인남자주인공으로 사건을 끌고가며 여자주인공(구혜선)과 멜로까지 소화해내야 했다.

안재현이 그랬던 것처럼 강민혁도 아직 미니시리즈 메인남자주인공에 캐스팅 될 연기 공력을 갖추지 못했다. 아직은 서브남자주인공 정도가 좋은 것 같다. 간혹 월반해도 되는 배우가 있지만 한단계씩 올라가는 게 좋다. 그래서 감당할 수 있는 배역을 맡아야 한다.

하지원과 강민혁이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두 사람이 키스할 때 몰입이 잘 안되고(키스 상황 부여까지 뜬금없었다), 그걸 커버해줄 연기력이 부재하니 오글거릴 수 있다.

‘병원선’에서는 의사로 나오는 인물들이 모두 상처와 아픔, 열등감을 지녔다. 실력있는 의사 송은재(하지원)은 많은 사람을 살려냈지만, 엄마가 세상을 떠나는 상황에 별다른 도움이 못됐다는 죄책감에 아버지에 대한 원망까지 있다.

곽현(강민혁)은 슈바이처 같은 아버지를 뒀지만, 현재는 기억상실로 돌보기 힘든 상태다. 그 트라우마로 인튜베이션(기도 삽관)을 잘 못한다. 한의사 김재걸(이서원)은 자신의 형인 장남을 최고로 치며 한의사를 의사로 보지 않는 부모에 대한 반항심과 열등감을 지니고 있다.

이런 감정들이 의료 행위 등을 통해 묘하게 섞이며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전쟁터 같은 곳에서 싹튼 이들의 사랑에는 동지의식과 연민, 공감 같은 것까지 섞여 있다.

강민혁은 이런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한 연기로 잘 전달해야 한다. 강민혁은 감정은 있는 것 같은데, 표현이 잘 안되는 것 같다. 연기는 감정을 지니는 예술이 아니라 그것을 보여주는 예술이다. 강민혁은 현재로서는 연기의 한계(선)를 넘어서지 못하는 느낌이다. 그것을 깨부숴야 다른 연기의 모습이 보일텐데, 아직은 자신의 연기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연기가 늘 비슷해지는 것 같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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