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기업들이 돈이 넘쳐난 것은 좋은데 이는 곧 대출 없이 직접 자본 조달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대출 가뭄이 지속되자 SVB는 예금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기업과 장기 국채에 투자했다.
만일 이런 투자가 잘 유지됐다면 좋았겠지만 연준이 유동성 회수 및 금리 인상을 시작했고 이는 곧 기업의 자금 부족으로 이어졌다. 갑자기 돈이 부족해진 기업들은 SVB에서 돈을 빼기 시작했고 이미 금리 상승과 채권 가격 하락으로 손실을 기록 중이던 SVB는 이를 막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고 채권을 정리하며 재무 건전성이 악화됐고 신용등급도 떨어졌다.
궁지에 몰린 SVB는 유동성 확보를 위한 증권 매각 등으로 18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고 손실 만회를 위해 22억 5000만달러 증자를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각 언론이 SVB 위기설을 보도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고객들의 뱅크런을 유발하면서 SVB 모회사 SVB파이낸셜 주가는 이틀 연속 60%이상 급락했다.
이에 나스닥이 SVB의 거래를 중단시켰고 위기설이 본격화된 후 불과 44시간만에 미 금융당국이 은행 폐쇄를 결정했다. 미 행정부가 예금 인출 보장과 타 은행 지원 등을 발표하며 연쇄 도미노를 막았지만 유사한 구조를 가진 은행들의 주가가 연일 폭락하며 이 위기가 모기지 대출 비중이 높은 다른 은행까지 번져가는 상황이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SVB자산 중 현금은 7% 미만으로 낮고 80% 이상이 미국 국채와 각 정부기관 채권 그리고 대출에 묶여 있어 95% 이상은 회수 가능하다는 것이다.
월가 투자 기관의 한 애널리스트는 “이번 사태로 기준 금리 인상폭이 예상됐던 50bp에서 25bp 인상 으로 낮아지면 일반 고객들의 이자 부담은 조금 줄어들 수 있다”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경제 위기 가능성은 낮지만 주식시장, 특히 은행주들에게는 장기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