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이 7일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 일부를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시범사업을 두고 현장에서 절대 적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의사 커뮤니티에서 병원 현장에 남아있는 전공의들을 비꼬며 색출 목록을 작성한 익명의 게시자에 대해서도 의협 차원에서 파악하겠다고 했다.
의협 비대위는 7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가 7일 현재의 사태에 대한 대단한 대응 방침인 것처럼 간호사들이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현장에선 절대로 적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 위원장은 “우리 의사들도 의료법에 규정된 의료 행위를 하다가 이로 인한 결과가 나쁠 경우 고소인으로부터 고소당하고, 민원상 책임을 지곤 한다”며 “간호사가 심폐소생술과 응급 약물까지 투여해 이런 일을 당할 경우 간호사를 법적으로 보호해줄 수 있는 건 없다”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8일부터 간호사들도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을 하고, 응급 약물을 투여할 수 있다며 이날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장은 간호사의 숙련도와 자격 등에 따라 업무 범위를 새롭게 정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전공의들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 일부를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는 마땅히 의사가 해야 할 일을 전공의가 없다는 이유로 PA(Physician Assistant·진료보조인력) 에 의한 불법 의료행위 양성화를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다”며 “제대로 자격도 갖추지 못한 PA에 의한 불법 의료행위가 양성화되면 의료인 면허범위가 무너지면서 의료 현장은 불법과 저질 의료가 판치는 곳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또 의사 커뮤니티에 ‘색출 목록’을 작성해 올린 이를 찾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도 했다. 최근 의사와 의대생이 사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전원 가능한 참의사 전공의 리스트’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전공의 집단사직에도 불구하고 의료 현장에 남아있는 전공의를 ‘참의사’라고 조롱했으며, 이들의 소속 과와 과별 잔류 전공의 수로 추정되는 개인정보가 공개됐다.
주 위원장은 이에 대해 “우선 사실 관계와 이러한 글을 쓴 이가 의사인지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며 “(작성자가 의사일 경우)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전체 대다수 회원의 권익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라도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행동과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의협 자체적으로도 제재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 빌어서 아무리 익명 사이트라지만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 발언이나 행동들은 자제하는 건 당연한 것이며 이같은 발언과 행동이 나오지 않도록 회원들도 주의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