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김영주” “새로운 채현일”…70년 토박이도 “대세 없다”는 예측불허 이 곳 [총선현장]

김영주 국민의힘 서울 영등포갑 예비후보가 19일 선거구의 한 경로당에서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캠프 제공]

[헤럴드경제=김진·박지영 기자] “대세는 없는 것 같아요, 우리도 궁금할 정도로. 김영주 의원이 세 번을 했는데 인물 때문에 된 건지, 민주당이라서 된 건지 우리도 궁금해요.”(서울 영등포 양평2동 거주 50대 여성 이모씨)

“여기서 나고 자랐는데, 우리끼리도 표가 갈려. 예측불허야. 이번에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아.”(당산동 거주 70대 남성 조모씨)

“굳이 뽑는다면 청년 맞춤형으로 그나마 다른 게 허은아 후보인데, 사표 가능성이 높아 보여서 망설여져요.”(영등포동 거주 30대 남성 박모씨)

서울 영등포갑 선거구가 12년 만에 격전지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지난 세 번의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현역 김영주 의원이 ‘비명 횡사’ 공천 끝에 탈당, 이달 국민의힘으로 5선에 도전하면서다. 민주당은 김 의원과 ‘한솥밥 식구’였던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을 맞수로 배치했다. 총선을 22일 앞둔 지난 19일 영등포갑 선거구에서는 급변한 구도에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주민들의 답변이 돌아왔다. 여기에 개혁보수 성향의 개혁신당 소속 허은아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것도 변수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영등포갑 선거구는 2000년대 들어 치러진 6번의 총선에서 보수정당이 2번, 진보정당이 4번 승리한 지역이다. 진보정당의 승리한 총선 중 최근 3번은 김 의원의 몫이었다. 농구선수 출신이자 노동계에 몸담았던 그는 비례대표 의원으로 2004년 국회에 입성해, 문재인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과 국회부의장을 지냈다. 그런 그의 탈당과 국민의힘 출마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여전히 화제다.

이 같은 지역 분위기를 인식한듯, 이날 오후 양평2동의 한 경로당을 찾은 김 의원은 자신의 결단 배경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양평2동은 선거구 내에서도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 옷을 입고 나타난 김 의원은 “파란 옷이 너무 얻어 맞아서, 빨갛게 멍이 들었다”며 “열심히 해서 명예롭게 정치를 그만두는 게 낫지, 마지막에 ‘하위 20%’로 정치를 끝낼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집권여당 후보의 강점을 설명하면서도 “주변에 민주당을 지지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지역 발전을 위해 당과 관계없이 잘 봐 달라고 해주시면 감사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선 의원을 지낸 만큼 ‘인물론’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영등포구청 인근 공원에서 만난 70대 조씨는 “김영주 의원은 합리적인 사람이라 정부에 총질을 안 해서 국회부의장까지 했는데 버려진 것 같다”며 “김 의원이 유리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선유도역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50대 이모씨는 “포퓰리즘이 싫어서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싶은데, 민주당 의원이었던 분이 후보인 게 좀 아쉽긴 하다”고 했다. 반면 당산동 주민인 30대 남성 양모씨는 “김 후보는 안 찍을 것 같다”며 “탈당 선택을 납득하기 어렵고, 국민의힘에서 어떤 정치를 펼칠지 예측이 안 된다”고 말했다.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서을 영등포갑 예비후보가 19일 영등포시장에서 한 상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서울 구청장 중 최연소였던 채 전 구청장은 ‘젊은 지역 일꾼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날 영등포시장을 찾은 그는 대부분의 상인, 가게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채 전 구청장은 “사과가 너무 비싸서 많이 못 들였다”고 토로하는 과일가게 주인에게 “힘 내시고, 사과 많이 둘 수 있게 열심히 뛰겠다”고 화답했다.

채 전 구청장은 헤럴드경제에 “지역 현안을 속속들이 알고 있고, 주민들과 오랫동안 소통해서 인지도가 높은 게 제 강점”이라며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 후보로 나선 김 의원에 대해서는 “여기서 다선을 하시고, 국회부의장까지 했는데 갑자기 다른 당으로 가서 많은 구민분들께서 당혹스러워 한다”며 “4·10 총선에서 표심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동에 거주하는 60대 성호신씨는 “채 후보가 굳히지 않았나, 분위기도 그렇고 평판이 좋다”고 말했다. 이원자(70)씨도 “채현일 후보가 구청장도 하면서 여기 정비를 좀 많이 했다”며 “김 의원은 오래 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반면 당산동 주민인 70대 김모씨는 “구청장 1번 했는데, 채 후보는 아직 신인”이라며 “아직은 어리고 정치경험이 없다”고 말했다.

허은아 전 의원은 지난해부터 ‘천아용인’ 활동으로 쌓은 인지도와 청년 맞춤형 공약으로 지역을 파고들고 있다. 허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영등포구청역 5번 출구 개찰구에서 퇴근길 인사에 나섰는데, 약 10분 동안 시민 4명이 허 전 의원에게 먼저 다가가거나 말을 걸었다. 한 30대 남성 직장인은 “힘 내시라”며 주먹을 쥐어 보이고 갔고, 한 어르신은 “좋은 개혁 많이 하시라. 열심히 하시라”고 독려했다.

주요 공략 지점은 ‘샤이’ 청년세대와 보수 이탈표다. 허 전 의원은 “청년들은 아는 척을 잘하진 않지만, 조용히 응원한다고 신호를 보내거나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에서 홍보를 해 준다”며 “보수 유권자들이 많이 흔들리고 있는 건 맞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영등포구청역에서 만난 직장인 강모씨(38)는 “(개혁신당이) 나름 뭔가 바꿔보려고 나온 것 아니냐”며 “인정해줘야 할 부분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서울 영등포갑 예비후보가 19일 영등포구청역 퇴근길 인사를 하던 중 한 시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캠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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