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영수회담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승환·최은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전 의제조율 없이도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26일 밝혔다. 사전 의제조율을 위해 두 차례 진행됐던 실무회동이 공회전을 거듭하자, 영수회담 일정을 먼저 확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간 영수회담 의제에 제한을 두지 말자던 대통령실의 입장을 이 대표가 수용한 셈이다. 당장 대통령실에서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오랜만에 하는 영수회담이라서 의제 조율을 사전에 해야 하는데 녹록치 않은 거 같다”며 “다 접어두고 먼저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복잡한 의제들을 미리 정리하면 좋았을 텐데 쉽지가 않은 거 같다”며 “(의제)정리하느라 시간을 보내기가 아쉽기 때문에 신속히 (윤 대통령을)만날 일정을 잡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만나서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할 것”이라며 “민생 현장의 참혹한 현실을 제대로 전달하고 필요한 조치를 할수 있게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도 우리 국민의 어려운 상황과 총선 민의를 잘 들어주고, 절박한 심정으로 이 난국을 타개할지 함께 고민해주길 바란다”며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몰락한다는 각오로 이번 회담에서 반드시 국민이 기대하는 성과와 가능한 조치를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사실상 사전 의제조율 과정을 건너뛰고 영수회담 일정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영수회담 일정 논의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이에 언론 공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회동 제안에 화답한 이 대표의 뜻을 환영한다”며 “일정 등 확정을 위한 실무 협의에 바로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영수회담은 늦어도 다음 주 초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이를 위한 3차 실무회담도 돌입했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5월 2일) 전 영수회담이 진행될 경우 여야 서로에게 필요한 입법과제가 주로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으로 고통받는 민갱경제 활성화를 위한 입법조치와 정책집행에 합의점이 도출될 수 있다.
다만 민주당에서 직간접으로 영수회담 의제로 거론해온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채상병 특검법’ 등에 대해서는 양 측의 입장차가 여전한 만큼 영수회담을 통해서도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요구하고 있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의 경우 정부·여당은 재정 건정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재정투입 대비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채상병 특검의 경우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인 만큼 수사 결과를 확인한 후 특검 도입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간 민주당은 대통령실과 사전 의제조율을 진행하면서 민생경제와 국정기조 전환아리는 틀 아래서 구체적인 의제를 제안해 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을 영수회담 의제에 제한을 두지 말고 자유로운 형식으로 만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입장 선회와 관련해 “이 대표 생각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통 크게 만나고, 서로 국정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야 한다”며 “여러 가지 국가적 과제와 현안을 여야가 서로 대화·타협하고 조금씩 양보해 답을 찾아가는 기대감을 국민들이 갖게 해주는 멋진 만남, 통 큰 만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