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회장이 26일(현지 시간) 독일 오버코헨 자이스(ZEISS) 본사를 방문해 칼 람프레히트(왼쪽 세번째) 자이스그룹 CEO, 안드레아스 페허(오른쪽에서 세번째) CEO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송재혁(오른쪽 두 번째) 삼성전자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와 남석우(왼쪽 두 번째) 삼성전자 DS부문 제조&기술담당 사장도 동행했다. [삼성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행보를 재개했다. 이번에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광학기술 분야 선두 기업 독일 자이스(ZEISS) 본사를 직접 찾았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차세대 반도체 기술 로드맵을 논의하는 등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협력 의지를 다졌다. 올해 2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데 이어 글로벌 CEO들과의 회동을 이어가며 반도체 생태계 확장을 위한 글로벌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독일 오버코헨에 위치한 자이스(ZEISS) 본사를 방문해 칼 람프레히트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과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회장은 자이스 경영진과 반도체 핵심 기술 트렌드 및 양사의 중장기 기술 로드맵에 대해 논의했다. 아울러 자이스 공장을 방문해 최신 반도체 부품·장비가 생산되는 모습을 직접 살펴봤다.
이재용(왼쪽 두 번째) 삼성전자 회장이 26일(현지시간) 독일 오버코헨 자이스(ZEISS) 본사를 방문해 칼 람프레히트(왼쪽 세 번째) 자이스그룹 CEO, 안드레아스 페허(왼쪽 첫 번째) CEO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이날 자이스 본사 방문에는 송재혁 삼성전자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남석우 삼성전자 DS부문 제조&기술담당 사장 등 반도체 생산기술을 총괄하는 경영진도 동행해 양사의 기술 협력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자이스와 극자외선(EUV) 기술 및 첨단 반도체 장비 관련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자이스와의 협력을 발판으로 ▷차세대 반도체 성능 개선 ▷생산공정 최적화 ▷수율 향상을 달성해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자이스가 2026년 한국에 480억원 규모의 R&D 센터를 구축할 예정이어서 향후 양사의 전략적 협력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6일(현지시간) 독일 오버코헨 자이스 본사를 방문해 자이스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이 회장의 이번 자이스 방문은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가 초미세공정을 놓고 주도권 경쟁이 격화한 상황에서 이뤄져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자이스는 반도체 웨이퍼 위에 빛을 쏴 회로를 더욱 촘촘하게 그리는 초미세공정에서 EUV 기술 관련 핵심 특허를 2000개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EUV는 자외선보다 파장이 짧아 회로를 더욱 미세하게 그리는 데 활용된다.
네덜란드 ASML의 EUV 장비가 미세공정을 구현하는 장비로 잘 알려져 있지만 여기에 탑재되는 광학 시스템을 독점 공급하는 회사가 바로 자이스다. EUV 장비 1대에 들어가는 자이스 부품만 3만개 이상에 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6일(현지시간) 독일 오버코헨 자이스 본사를 방문해 자이스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앞서 세계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는 지난 24일 1.6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을 통한 반도체 생산을 2026년 하반기부터 시작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인텔은 올해 말부터 1.8나노 공정 양산에 착수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25년 2나노 공정 양산 예정이다. 3사 모두 2027년에는 1.4나노 공정을 통한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 업계가 초미세 기술을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상황에서 자이스와 같은 전문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과의 협력은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이 회장의 이번 자이스 본사 방문을 계기로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은 물론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연내 EUV 공정을 적용해 10나노급 6세대 D램 양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나아가 EUV 기술력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시장에서 3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시장을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60%가 넘는 점유율(2023년 4분기 기준)로 압도적인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1.3%다. TSMC에 뒤진 삼성전자는 3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려 역전을 노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6일(현지시간) 독일 오버코헨 자이스 본사를 방문한 뒤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향후 3나노 이하 시장 성장률이 연평균 64.8%로, 전체 시장 성장률(연평균 13.8%)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2022년 세계 최초로 게이트 올 어라운드(Gate All 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 양산에 성공한 삼성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역대 최대 파운드리 수주 잔고를 달성했다. 업계에서는 160억달러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TSMC에 뒤지고 있는 수율도 높이기 위해 내년부터 반도체 공장에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트윈 기술도 시범 적용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최근 AI 반도체 시장 선점 및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글로벌 기업 CEO들과 연쇄 회동을 갖고 있다.
올해 2월 한국을 찾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서울 용산구 승지원에서 배석자 없이 만찬을 겸한 회동을 가진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삼성 파운드리를 통한 메타 전용 AI 칩 생산 등의 협력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6일(현지시간) 독일 오버코헨 자이스 본사를 방문해 경영진과 인사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작년 12월에는 피터 베닝크 ASML CEO와 네덜란드에서 만나 한국에 1조원 규모의 EUV 공동 연구소를 건설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맺은 바 있다.
같은 해 5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남을 가졌다.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3E) 샘플을 전달하고 정식 납품을 위한 막바지 승인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그동안 이 회장은 고비 때마다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며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 삼성전자가 세계 1위 이동통신사 버라이즌과 7조9000억원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할 때에도 이 회장과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와의 인연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번 이 회장의 독일 자이스 방문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기술 협력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사업 분야의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