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낵 영국 총리.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이란의 밀착을 주요 안보 위협으로 지목하고 영국이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열세인 지지도를 만회하기 위해 ‘안보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수낵 총리는 런던의 보수 싱크탱크 ‘폴리시 익스체인지’에서 한 연설에서“우리나라를 위협하는 위험은 실재한다”며 “러시아와 이란, 북한, 중국같이 점점 많은 권위주의 국가가 우리와 우리의 가치를 저해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안보 위협, 영국 하원의원들에 대한 중국의 사이버 공격을 예로 들면서 “안보 문제가 우리와 멀리 떨어진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수낵 총리는 지난달 23일 영국 정부가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으로 국방비를 증액하기로 한 결정도 이런 안보 위협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도 “지금은 몇 세대 만에 가장 위험한 시기다. 그래서 우리는 국방비를 2.5%로 늘리기로 어려운 결정을 했다”면서 “우리가 국방에 투자하지 않으면 이란과 중국, 북한, 러시아가 함께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수낵 총리는 집권 보수당이 지난 2일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이날 처음으로 총선을 언급하며 연설에 나섰다. 보수당이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 노동당에 20%포인트 이상 뒤처지고 있는 가운데 보수층의 지지를 집결하기 위해 안보 위협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낵 총리는 이날 “영국에 안전한 미래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나와 보수당 뿐이다. 키어 스타머(노동당 대표)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며 “다음 선거는 이에 대한 토론이 돼야 한다”고 연거푸 말했다.
수낵 총리는 연설에서 안보 위협 외에 영국해협을 통한 소형 보트와 국경 문제, 가자지구 전쟁 이후 벌어지는 문화전쟁, 인공지능(AI) 기술 발달을 영국이 직면한 도전으로 꼽았다.
그는 “지난 30년보다 향후 5년간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기에 절박감을 느낀다”며 “향후 몇 년간 역대 가장 위험하고도 변화가 가장 크게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가올 몇 년간 우리 민주주의부터 경제, 사회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거의 모든 면이 변화할 것"이라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영국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 침해와 국제법 충돌 논란을 빚고 있는 르완다 난민 이송 정책에 대해선 “유럽인권재판소가 유럽인권조약과 이 나라의 안보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언제든지 우리나라의 안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