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지난 2020년 10월부터 3년간 북한 IT 노동자 3명이 미국 시민의 신분을 도용해 미국 회사에 취직한 뒤 재택근무로 680만달러(약 92억원)를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들 노동자들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등 무기 생산과 연구개발 프로그램에 연계돼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 역시 별도 자료를 통해 북한 노동자들에게 미국 시민의 신분을 제공한 미국 시민권자 크리스티나 채프먼 등 공모자의 기소를 발표하면서 이들에게 속아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임금을 제공한 미국 기업이 300곳이 넘는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들은 채프먼을 통해 미국 시민권자의 신분을 도용해 회사들에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 이 자료들은 국토안보부와 국세청에도 제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채프먼은 이 과정에서 임금을 수령해 분배하고 자신의 금융계좌를 통해 돈세탁을 하는 과정을 돕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위해 제공된 노트북들은 채프먼의 집에 설치돼 노동자들이 실제 미국 내 거주지에서 일을 하는 것처럼 위장됐다.
법무부는 “이번 사건은 북한 정부가 핵 개발 프로그램을 위한 수입을 늘리기 위해 미국 고용 시장에 침투하려는 수년간의 노력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은 IT 인력은 연간 30만달러까지 벌 수 있으며 종종 프리랜서 구직 플랫폼을 통해 원격으로 일하는 과정에서 위조되거나 도난 당한 신분증을 이용한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엔의 제재로 핵무기와 탄도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위한 자금줄이 묶이자 북한은 사이버 공격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 자산을 탈취하는 한편, IT 인력을 해외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모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북한은 미국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에게 접근해 새로운 일자리를 제안하고 이들의 컴퓨터를 경유해 해킹을 자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체인 분석어체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북한 해커로 의심되는 조직에 의해 탈취된 가상자산은 지난해에만 1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점차 고도화되는 북한의 자금 조달 노력을 감지하고 방해하기 위해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자에게 500만달러를 제공하는 ‘정의에 대한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