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대기하고 있는 모습. 안효정 기자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내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승인하면서 ‘27년만의 의대 증원’이 사실상 확정됐지만, 전공의 이탈로 촉발된 의료공백 사태는 100일이 넘도록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28일 정부 등에 따르면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반발로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지 이날로 100일이 됐다.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에 근무하던 전공의들은 지난 2월 19일을 기점으로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대하며 현장을 떠났다.
전공의들은 내년도 의대 증원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 속에서도 병원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23일 기준 수련병원 211곳에서는 레지던트 1만501명 중 839명만 출근(출근율 8.0%) 중이다. 이 가운데 대다수 전공의가 소속된 주요 수련병원 100곳의 출근율은 6.8%(9991명 중 675명)로 더 낮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지난 24일 올해 제2차 대입전형위원회를 열어 전국 39개 의대 모집인원을 포함한 2025학년도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항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의대(의전원 포함) 모집인원은 전년(3058명) 대비 1509명 늘어난 4567명이 된다.
정부는 환자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이탈 전공의들의 복귀를 촉구하는 동시에, 이들의 이탈이 길어질 경우를 막기 위해 3개월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등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행정처분이 복귀 유도가 아니라 자칫 의정갈등을 더 심화하게 할 가능성도 있을 만큼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2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을 향해 “정부를 믿고 환자와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조속히 복귀하기를 바란다”며 “전공의와 의대생 여러분들의 목소리는 향후 제도 개선에 최우선 순위로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공의 사직서 수리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전 실장은 또 “전공의와 의대생이 집단행동으로 근무지와 학교를 이탈했지만, 이젠 개별적인 판단에 따라 현명하게 대처할 때”라며 “개혁이기에 갈등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정부는 갈등 국면을 조속히 수습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대학 입시요강 발표를 중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앞서 의료계는 복지부 및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의대 증원·배분 집행정지 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1심에 이어 2심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의료계 소송 대리인단은 최근 대법원에 ‘절차 진행에 관한 긴급 요청서’를 제출했다.
한편, 의사단체는 이날 언론 앞에서 의대 증원 등 정부의 의료개혁 방향이 옳은지에 대해 대통령실에 공개 질의할 예정이다. 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실 레드팀께: 의료개혁, 이대로 좋습니까?’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