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인들이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을 추모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을 추모하는 유엔 총회 행사에 미국이 불참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데니스 프랜시스 유엔 총회 의장은 이달 21일 회원국 대표 등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30일 라이시 대통령 추모 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유엔 총회는 전통적으로 사망 당시 현직 국가 원수인 세계 지도자의 죽음을 추모하는 자리를 가져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당국자는 로이터에 “우리는 어떤 자격으로도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유엔은 수십년간 (이란 국민을 억압해온) 압제자를 추모하는 대신 이란 국민의 편에 서야 한다”라며 “라이시는 1988년 수천 명의 정치범이 사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처형된 것을 포함해 수많은 끔찍한 인권 침해에 연루됐다”라고 했다.
또 “특히 이란 여성과 소녀 등에 대한 최악의 인권 침해 중 일부가 그의 임기 중에 일어났다”라고 덧붙였다.
유엔 주재 이란 대사는 이 사안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지난 19일 동아제르바이잔주 바르즈건 지역에서 열린 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탑승한 헬기가 산악지대에 추락하면서 다른 탑승자들과 함께 사망했다.
그 다음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 참석자들은 라이시 대통령을 추모하는 묵념을 했다. 당시 로버트 우드 로버트 우드 유엔 주재 미국 차석대사도 동참한 것을 두고 미국 내 공화당 의원들과 이스라엘 측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안보리의 묵념 장면을 담은 영상과 함께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적은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앞서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에 대해 국무부 차원의 성명을 내고 공식 애도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