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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무사고 귀국 시 보험료의 10%를 환급해주는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해외여행자보험 상품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유형의 환급제 보험 상품이 업계에 확산될 경우 전반적인 보험료 상승을 우려, 중단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페이손보의 해당 상품은 출시 1년도 안돼 누적 가입자수 13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특히 해외여행자보험에서 삼성화재를 제치고 작년 말 이후 ‘월별 신계약 건수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면서 보험업계 판도를 흔들었단 평가다.
이에 일각에선 보험업계에서의 혁신 장벽이 유독 높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헬스케어 같은 부가서비스 제공은 되고, 고객에게 보험료를 환급해주는 건 안되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6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생·손보협회는 오는 10일 진행되는 보험개혁회의에서 ‘무사고시 보험료 환급제’를 논의한다. ‘환급형(단기) 보험’이 최근 가입자 130만명을 돌파하면서 업계의 반향을 일으키자 서둘러 조치에 나서는 모습이다.
당국은 기초서류에 대한 해석을 다르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돌려줄 거면 차라리 위험 보험료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가닥을 잡았다”라며 “당국은 보험료를 많이 받고 나중에 사업비로 돌려주는 형태의 상품이 계속해서 나오는 걸 우려해 서둘러 조치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국과 업계는 이날 회의에서 모아진 의견을 종합해 윤곽을 잡을 예정이다. 정작 논란의 대상인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회의 참석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모아진 의견에 큰 변동은 없을 전망이다.
여행자보험은 여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적인 사고에 대한 손실을 대비하는 ‘단기 상품’이다. 보험의 기본 원리가 사고를 보장해주는 것인데 사고가 나지 않았을 때 환급 혜택을 주고 고객을 끌어모으는 것이 부당한지에 대한 판단이 주요 골자다.
또 무사고 환급이 ‘보험료’에 선반영됐는지 확인하는 것도 핵심이다. 보험료는 순보험료(위험보험료)와 사업비 보험료로 구성돼 있다. 카카오페이손보가 사업비 보험료에 무사고 환급제를 반영해 기초서류 위반인지가 쟁점이다.
실제 카카오페이손보 해외여행보험 약관에는 ‘안전귀국에 해당함을 회신하였을 경우 보험증권에 기재된 보험계약자에게 영업보험료의 10%를 지급한다’고 기재돼 있다.
대부분의 손보사는 상품 보험료와 관계없이 ‘마케팅 비용’으로 환급·할인을 진행하고 있고, 특별이익 제공 마지노선인 3만원으로 한도를 정해놔 카카오페이손보 상품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다만 마케팅 비용도 사업비 비용에 포함돼 이 역시도 사업비 보험료에 반영돼 있는 건 마찬가지다.
당국은 카카오페이손보의 무사고 환급이 사고·질병을 보장하는 전통 보험권리에는 없었던 새로운 종류의 상품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보험료를 돌려주는 형태는 새로운 상품 유형”이라며 “원론적으로 보험은 사고가 나서 피해가 생겼을 때 보장해주는 것인데, 이로 인해 보험료가 기본적으로 올라가는 건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보험회사들이 판매해왔던 헬스케어 서비스와 같은 부가서비스도 이와 다르지 않은데, 유독 카카오에만 가혹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고액 계약 시 제공했던 헬스케어 서비스도 다 기초서류에 반영해 사업비에서 한다”라며 “이렇게 되면 기초서류에 반영된 부가서비스는 다 바꿔야 한다. 할인이나 환급이나 어떤 차이점이 있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