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이 직접 나선 ‘김정숙 외교논란’…“대응 가치 없다”는 민주당[이런정치]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의 2018년 인도 방문을 두고 여권에서 특검법을 발의하는 등 의혹 공세를 지속하자 직접 반박에 나섰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당 차원 대응에 소극적인 모양새다. 당내에는 해당 이슈를 키울 수 있어 대응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전직 대통령까지 나선 상황에 지도부가 침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공존한다.

8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여권의 김 여사 관련 의혹 제기에 공식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 해당 논란에 대해 공식 회의에서 입장을 내놓은 지도부는 친문(친문재인)계 고민정 최고위원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뿐이다. 황정아 당 대변인은 전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전면적으로 대응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장경태 최고위원과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 등 핵심 지도부 인사들도 해당 논란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여권에서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 이틀 연속 반박 메시지를 냈다. 지난 5일에는 자신의 SNS에 “최근의 논란에 대해 국정을 안다면 있을 수 없는 치졸한 시비여서 그러다 말겠거니 했다”며 “하지만 점입가경으로 논란이 커지는 것을 보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몇 가지 기본적인 사실을 밝힌다”고 했다. 해당 글에는 김 여사의 인도 방문 과정과 기내식비 논란에 대한 설명, 2018년 당시 문 전 대통령이 보고 받았던 내용 등이 담겼다.

문 전 대통령은 다음날인 6일에도 “제발 좀 품격 있는 정치를 하자”며 여권을 비판했다. 그는 이날 오후 자신의 SNS에 “이번에는 국민의힘 모 의원이, 제 아내가 2018년 11월 인도 방문 때 입었던 블라우스가 대통령기록물법을 위반한 중대사안이라며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며 이같이 적었다.

이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일 ‘김정숙 여사 특검법’을 발의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윤 의원은 법안을 대표발의하며 “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첫 배우자 단독외교’라고 표현했던 김 여사의 타지마할 방문이 결국엔 셀프초청, 혈세관광, 버킷리스트 외유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며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기내식 비용과 관련한 여당의 공세에 대해 입수한 자료를 공개하며 반박하고 있다. 왼쪽부터 당시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김 여사를 수행했던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청와대 정책상황실장이었던 윤건영 의원. [연합]

문 전 대통령의 반박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김 여사의 인도 순방 당시 대표단장을 맡았던 도종환 전 문화체육부장관과 문재인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윤건영, 고민정 의원 등이 나섰다. 이들은 7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김 여사의 기내식비가 6292만원이었다는 논란에는 “실제 기내식 비용은 105만원”이라고 반박했고, 셀프 초청 의혹에 대해선 “외교가에선 있을 수 없을 일”이라고 받아쳤다.

윤건영 의원은 “국민의힘 몇몇 의원은 인도 모디 총리의 초청장이 없었다는 것으로 트집을 잡다가 국가기록관에 있다고 하니까 ‘기내식비를 6000만원 넘게 썼다’, ‘황제 기내식 아니냐’며 근거 없는 마타도어를 하고 있다”며 “문체부와 대한항공에 관련 세부 내용을 공개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자료를 주지 않다가 오늘 아침에야 문체부가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김 여사가 인도 방문 당시 탑승한 대한항공 전용기 기내식 비용으로 6292만원이 사용된 것을 두고 “전체 기내식 비용 중 기내식을 제공하기 위한 운송비, 보관료 등 순수한 식사와 관련이 없는 고정 비용이 65.5%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실제 이용한 식사비는 총 105만원으로 전체 비용의 4.8%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안팎에선 해당 논란이 지속되자 “당 차원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별 것도 아닌 논란을 오히려 키울 수 있다는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국민의힘은 멈출 생각이 없고 문 전 대통령까지 직접 나선 상황”이라며 “아닌 것은 아니라고 강하게 대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출신으로 국회부의장을 지낸 이석현 새로운미래 비상대책위원장도 7일 자신의 SNS에 “제1야당이 대응을 안 하고 있으니, 오죽 답답하면 문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선거 때만 (문 전 대통령을) 찾아가지 말고 힘들 때 지켜주는 의리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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