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책무구조도’ 가이드라인 낸다

다음 달부터 대형 금융사고에 최고경영자(CEO)까지 책임을 물릴 수 있는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는 가운데 정부가 금융권의 책무구조도에 대한 상세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다. 우리은행의 100억원 횡령사태 등 각종 금융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CEO에게 명확한 책임을 물 수 있도록 책무에 대한 설명 및 배분 방법 등을 자세히 안내할 전망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권의 책무구조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상세한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각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문서로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에 위임할 수 없도록 하는 원칙을 구현토록 한 것이다.

앞서 금융권에서는 책무구조도 도입을 골자로 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을 앞두고 각종 질의가 쏟아졌다. 책무에 대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CEO의 내부통제 총괄 관리 의무 사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 법률만 봐서는 애매한 사안이 많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었다.

이에 금융위는 금융감독원, 각종 금융협회, 그리고 업권과 지속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책무에 대한 설명과 배분 방법, CEO의 내부통제 총괄관리 의무 상세 내용 등 금융권의 질의 사항에 대한 답변 방향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작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내부통제 총괄관리 의무 내용을 포지티브 방식으로 자세하게 열거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금융사고에 대한 법적 제재 및 징계가 결정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게 당국의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책무구조도의 핵심은 책임과 권한은 위임할 수 있지만, 책무는 위임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단 금융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CEO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만큼 내부통제 시스템의 문제로 볼 수 있는 사안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밑그림을 그려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최종적으로 배포되면 주요 금융그룹의 책무구조도 작성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내달 3일 금융사지배구조법이 시행되면 금융지주사와 은행은 유예기간 6개월 후인 내년 1월 3일까지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증권사와 보험사는 자산규모 등에 따라 늦어도 2026년 7월 2일까지 내야 한다.

최근까지도 100억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한 만큼, 법 시행 전 책무구조도를 선제적으로 제출하는 금융사는 없을 거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각종 컨설팅을 받아 완성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는 순간 임원의 내부통제 관리의무와 임원의 적극적 자격요건 확인·공시·보고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먼저 책무구조도를 제출했다가 혹시라도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은행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내부통제 부실로 법적 처벌을 받는 선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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