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제 살 깎는 삼성 노조…연봉 40% 성과급 ‘실익’까지 놓칠 건가

지난 2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전자 최대 규모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가 총파업을 선언한 지 약 22일이 지났다. ‘강대강’으로 맞붙던 노사는 29일 저녁부터 사흘간 끝장 교섭에 들어갔다. 지난 5월 29일 노사 임금 협상 8차 본교섭이 결렬된 이후 두 달 만이다.

회사와 노조 모두 물러설 곳이 없다. 전삼노는 ▷전 조합원 5.6%(기본 3.5%·성과 2.1%) 임금 인상 ▷성과급 제도 개선(EVA→영업이익) ▷파업 참여 조합원에 대한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노사협의회에서 정한 5.1%(기본 3%·성과 2.1%) 인상을 고수하고 있다.

총파업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더욱 불리해진 건 노조다. 지난해와 달리 반도체 시장 호황이 시작되면서 상당한 성과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음에도, 무기한 파업을 강행하며 실익과 명분 모두 놓쳐버릴 위기다. ‘제 살 깎아먹기’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삼노 측의 핵심 요구사항은 초과이익성과급(OPI) 개선이다. OPI는 소속 사업부의 연간 경영실적에 따라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성과급 제도다. 전삼노는 OPI의 지급 기준이 복잡하고 불투명하다며 지급 기준을 낮추고 산출 방식을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초 사측의 경영 계획 상 OPI 기준에 따르면, DS부문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11조원일 경우 OPI는 연봉의 0~3%, 29조원이면 50%가 지급된다. 연초만해도 반도체 업황의 호전이 불투명했기 때문에 DS부분 직원들은 0~3% 지급안에 대해 반발했다.

여기에 역대 최악의 메모리 반도체 불황으로 지난해 15조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내면서 지난해 기준 성과급을 못받은 것도 불만을 더했다. 지난 2014년 이후 3개년(2019·2020·2023년)을 빼고 DS부문 직원들은 매년 연봉의 50%를 OPI로 받았다.

그러나 단 6개월 만에 상황은 반전됐다. 2분기부터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시작될 조짐이 보이면서, 직원들은 올해 상당한 OPI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전망하는 올해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이익은 약 25조원이다. 앞서 회사에서 공지한 OPI 지급 기준으로 연봉의 40%대에 달한다.

성과급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된 총파업의 명분이 사실상 사라지게 된 것이다. 전삼노의 총파업이 방향을 잃고 무리하게 강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노노갈등까지 더해지며 체면도 구겼다. 삼성전자에 있는 다른 노조 중 하나인 동행 노조가 파업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동행노조는 최근 “기대했던 대표 노동조합의 총파업을 통한 협상이 회사와의 첨예한 대립으로 더 이상 합리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길로 들어서고 있다”며 “지금은 잘 보이지 않는 강성 노조의 힘은 앞으로 우리의 발목을 잡고 실망만 안겨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삼노는 내달 4일까지 대표교섭 노조 지위를 보장받는다. 이후 단 하나의 노조라도 사측에 교섭을 요구하면 개별 교섭이 진행되거나 다시 교섭 창구 단일화를 진행해야 한다. 동행노조가 비판적 견해를 밝힌 상황에서, 전삼노는 4일 전에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삼노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총파업은 자연스레 끝나게 된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시작되고 있는 지금은 노사가 힘을 합쳐 실적 개선에 집중해야 할 타이밍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전망한 실적 보다 더 높은 ‘영업이익 29조원’을 달성할 경우, DS부문 직원들은 연봉의 50%라는 OPI도 받을 수 있다. 메모리 시장에서 다시 한번 초격차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중대 시점에 삼성 노조는 진짜 실익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따져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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