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하 시사로 한층 탄력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조만간 금리가 4년여 만에 떨어질 거란 기대감으로 간밤 뉴욕 증시도 인공지능(AI)·반도체 종목을 중심으로 급등했다. 최근 박스권에 갇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국내증시도 이같은 긴축완화라는 거시환경 변화의 수혜를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32.5포인트(1.19%) 오른 2770.69에 마감했다. 6거래일 만에 2770선을 회복했지만 지난달 초 대비 33.62포인트(1.2%)하락한 수치다.
코스피는 7월 ‘서머랠리’(여름철 강세장)를 그리며 연중 최고치(7월11일 2891.35)를 찍는 상승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코스피 시가총액 내 30%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종목 중심으로 하락하면서 2700대에 머물고 있다. 반도체 종목은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수혜를 입었지만 지난달부터 AI 수익화에 대한 시장 내 의구심이 드리우며 엔비디아 등 우량주 주가도 곤두박질 쳤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KRX 반도체 지수’도 지난달 12.61% 하락했다. KRX가 분류하는 28개 KRX 지수 가운데 가장 하락폭이 컸다.
AI·반도체 종목 중심 하락세가 드리운 증시 흐름을 바꾼 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피벗’(pivot·통화정책전환) 가능성 시사다. 파월 연준 의장은 31일(현지시간) “금리인하가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테이블 위에 올라올 수 있다”고 거듭 밝혔다.
이날 미국증시는 AI·반도체 중심으로 반등했다. 엔비디아는 AMD를 비롯한 AI 관련 기업들의 호실적에 반사이익을 누리며 12.81% 올랐다. 브로드컴(11.96%), ASML(8.89%), 퀄컴(8.39%), Arm홀딩스(8.43%)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국내 증시도 매크로 변수 개선으로 도약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최근 수출 흐름도 견조하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7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3.9% 오른 574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10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하는 플러스 흐름이다. 특히 지난달 반도체 수출 규모는 112억 달러로 역대 7월 가운데 가장 높다. 2분기 역대 분기 최고 영업이익(4조2000억원)을 올린 현대차를 포함한 자동차 및 조선업종도 호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유입세도 기대감을 키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6월 매수 우위로 전환한 뒤 꾸준히 코스피 종목을 사들이고 있다. 5월에는 4조6000억원, 6월은 2조원을 순매수했다. 올 들어서 24조 8000억원 가량 ‘사자’ 행렬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 2분기 이후 실적 모멘텀 및 수출 개선세 확보, 가격 조정을 통해 높아진 밸류에이션 상 진입 매력 등을 감안 시 8월 중 전고점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코스피 2900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미국 지표, ‘AI 노이즈’, ‘미국 대선 노이즈’ 등 시장 변동성을 자극할 재료들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며 변동성 국면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유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