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하이엠솔루텍 엔지니어들이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캠퍼스에 위치한 건물의 실외기를 점검하고 있다. [LG전자 하이엠솔루텍 제공]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서울대 캠퍼스 크기가 120만평 정도 돼요. 여기 건물만 100개가 넘기 때문에 저희가 관리하는 실외기만 2000~3000대, 거기에 연결된 실내기는 1만대가 넘죠. 여름에 점검에 나가면 실외기가 내뿜는 열기 때문에 체감 온도가 50℃에 달해요.”
지난 23일은 절기상 더위가 꺾인다는 처서였지만, 한낮 기온은 33℃를 웃돌았다. 그러나 심재봉 하이엠솔루텍 엔지니어(책임)는 “이 정도면 시원한 날씨죠”라고 말했다. 그는 약 8년째 서울대학교 캠퍼스의 냉난방공조 기기 유지보수를 도맡고 있다. 서울대학생들의 더위와 추위를 책임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냉난방공조(HVAC)는 LG전자가 오는 2027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며 예비 ‘유니콘 사업’으로 점찍은 분야 중 하나다. 여기에 든든한 ‘지원군’이 되는 것이 하이엠솔루텍이다. 시스템 에어컨 및 HVAC 유지보수를 책임지는 100% 자회사다. 올해는 역대급 폭염이 찾아오며 서비스 이용 건수도 크게 늘었다. 대학교, 공공기관, 군부대,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곳에서 사전 점검을 통한 예방과 신속한 문제 해결 등을 제공하고 있다. LG전자가 유니콘 사업을 키우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이엠솔루텍 서비스엔지니어들이 출동준비를 하고 있다.[하이엠솔루텍 제공] |
하이엠솔루텍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시스템 에어컨 유지보수 제품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1% 증가했다. 지난해 에너지 절감 유지보수 서비스 현장 수도 전년 대비 무려 약 47% 늘어났다. 매년 더위가 더욱 심해지는 탓이다. 더위가 더 일찍, 극심하게 찾아온 올해는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 전기료 상승으로 에너지 절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냉난방공조 시스템의 사전 점검 및 유지보수에 대한 이용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이엠솔루텍의 매출은 지난해 2894억원으로, 지난 2021년부터 3년째 매년 10% 이상 성장했다.
LG전자는 탈탄소, 전기화 등 시장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냉난방공조 사업을 미래성장 동력 중 하나로 키우고 있다. ▷가정용 에어컨부터 ▷빌딩·학교·공공기관 등의 ‘상업용 에어컨’ ▷공장·발전소 등에 들어가는 ’산업용 공조시스템’ ▷보일러를 대체하는 ‘히팅 영역’ 등 폭 넓은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다.
통상 냉난방공조 사업은 하드웨어의 납품뿐 아니라 유지보수 계약까지 포함한 턴키 수주를 한다. 때문에 신뢰성 높은 유지보수가 공조 솔루션 고객 확보 및 수주 확대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하이엠솔루텍은 전문 유지보수 역량을 통해 LG전자의 냉난방공조사업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고난이도의 수리도 신속 정확하게 해결할 수 있는 고급 기술 수준인 레벨3 이상을 획득한 엔지니어의 비중을 올해 7월 기준, 2021년 대비 약 34% 늘렸다. 올해 서비스 인력도 전년 대비 10% 확대할 예정이다. 하이엠솔루텍은 ▷2016년 필리핀·아랍에미리트 ▷2017년 베트남 ▷2021년 이집트·폴란드 ▷2022년 멕시코·인도네시아 ▷2023년 독일·인도·미국에 법인을 설립하며 해외 시장에 유지보수 역량을 수출하는데도 기여하고 있다.
실제 유지보수가 이뤄지는 현장에서는 하이엠솔루텍 엔지니어들의 전문성과 중요성이 더욱 와닿았다. 기자가 찾은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서 LG전자 하이엠솔루텍은 서울대학교 시스템 에어컨 및 냉난방공조 설비유지 보수를 책임지고 있다.
캠퍼스 내에 3000대에 달하는 실외기가 있기 때문에 전문성은 필수다. 심재봉 엔지니어를 포함해 3명의 전문가가 상주하는 이유다. 이중 2명이 8년째 서울대에서만 근무했을 만큼 ‘베테랑’이다.
서울대학교 캠퍼스에 위치한 하이엠솔루텍 관제센터 [하이엠솔루텍 제공] |
고객만족도를 위해 가장 신경쓰는 건 ‘신속한 대응’이다. 심 책임은 “내부에 엔지니어가 상주하면 하루 이틀만에 해결이 가능하지만 외부에서 사람을 불러야 하는 경우에는 길게는 한달까지 걸릴 수 있다”며 “속도가 최소 몇 배 이상 빠르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100개가 넘는 건물의 냉난방공조 시스템을 관리할 수 있는 건 클라우드 시스템 덕분이다. 관제실에서는 ‘LG 비콘(BECON)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서울대 캠퍼스 내의 모든 냉난방 기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및 분석한다.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첨단 원격 유지보수 솔루션으로, 빅데이터 분석으로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다.
TMS(Total Maintenance Service)를 통해 이상 유무도 24시간 확인할 수 있다. 관리자가 전원을 끄지 않고 외출한 경우나 단열 불량, 설정 온도 과다 등 여러 상황이 벌어지면 PC나 모바일, 태블릿으로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정기적인 에너지 관리와 전기요금 절약 현황도 확인할 수 있다. 하이엠솔루텍에 따르면, 에너지 절감 서비스를 적용한 고객은 최대 26%, 평균 14%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지니어들은 여름과 겨울에는 문제 해결에, 봄과 가을에는 문제 예방을 위한 사전 점검에 나선다. 심 엔지니어는 “상반기와 하반기, 여름과 겨울이 시작되기 전 비수기에 한달 정도 미리 점검을 해서 대비한다”며 “계절별로, 건물 특성에 맞춰 자주 소요되는 부품들을 미리 구비해서 선제 대응한다”고 말했다.
그는 “24시간 가동돼야 하는 실험실이나 연구실을 제외한 강의실은 관제센터를 통해 공실일 경우 가동을 끈다”며 “그러면 전기세도 낮아지고 과부하도 방지할 수 있어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시스템 에어컨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름에는 더위와, 겨울에는 추위와 싸우는 것은 일상이다. 최고 기온이 37~38℃까지 올라가는 경우, 옥상의 복사열과 실외기가 내뿜는 50~60℃의 열기까지 더하면 체감 온도는 50℃에 달한다. 엔지니어들이 항상 얼음물과 쿨링 제품을 챙기는 이유다. 산 밑에 있는 서울대학교 캠퍼스의 경우 겨울에는 추위가 도심보다 거세다. 심 엔지니어는 “빙판길 때문에 부품 등을 직접 짊어지고 캠퍼스 꼭대기에 위치한 건물에 올라간 적도 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