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대기업들이 모여있는 전경 [헤럴드DB]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포함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30대 상장기업(2023년말 자산 기준, 공사·금융사 제외) 중 8개사의 이사회가 외국 기관투자자 연합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14일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 150개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규제 강화 시 상장사 이사회 구성변화 분석’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이란, 주총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사내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하는 제도다. 현행법에는 1명의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도록 돼있지만, 감사위원 전원으로 확대되는 내용이 발의된 상황이다. 집중투표제란, 2인 이상 이사 선임시 1주당 선임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할 경우 한경협은 10대 기업 중에서는 4개사가, 30대 기업 중에서는 8개사가, 100대 기업 중 16개사가 기업 지배구조 규제 강화에 따라 외국기관 연합에 넘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타났다. 16개 기업의 자산규모는 총 596조2000억원으로, 100대 기업의 자산 규모(1690조4000억원) 대비 35.3%에 달했다.
외국기관 연합 측 이사가 이사회의 과반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전체 이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50%를 차지하는 경우는 10대 기업 중 2개사, 30대 기업 중 6개사, 100대 기업 중 20개사 규모였다. 이들 기업의 ‘국내기관 및 특수관계인 측 이사’ 대 ‘외국기관 연합 측 이사’ 비율은 대략 4:4, 5:4, 4:3 등으로 추후 지분율 변화에 따라 해당 기업이 외국기관 연합에 넘어갈 위험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 지배구조 규제가 강화될 경우 외국기관 연합이 이사회에 이사를 1명이라도 진출시킬 수 있는 기업은 10대 기업 전부, 30대 상장기업 중에서는 28개사, 100대 기업으로 확대하면 84개사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출 및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도입될 경우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외국기관 연합이 이사회를 장악하면 배당 확대, 핵심자산 매각을 요구할 수 있고 이는 국부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일례로 2003년 외국계 행동주의펀드 소버린은 감사위원 선출 시 3%룰의 적용을 피해 SK 지분을 매입·공격한 후 약 1조원의 단기차익을 거두고 한국에서 철수, 국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비용 증가에 따른 기업 경쟁력 하락도 우려된다. 외국기관 연합이 이사회를 차지하기 위해 경영권을 위협하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금을 소진하게 되고, 이에 따른 비용 증가로 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수주주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으로 R&D투자 자금을 소진할 경우 기업의 성장 잠재력이 훼손되고, 이는 기업 밸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면 국부유출, 기업 경쟁력 하락에 따른 기업 가치 훼손으로 국가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소수주주에 대한 피해 등 여러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규제 강화논의에 앞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