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잠룡들 본격 기지개

한동훈 책 출간·홍준표 방송 출연
오세훈·원희룡 대선 언급은 “아직”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이 종결되면서 그동안 웅크려 있던 여권 잠룡들이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시작하는 움직임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서 조기 대선 언급 자체를 금기시했던 만큼 ‘탄핵 반대’ 를 고수하던 주자들의 입장 변화가 특히 주목된다. 일찌감치 ‘탄핵 찬성’ 입장을 냈던 주자들은 변론 종결을 기점으로 책 출판, 토론회 등 활발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26일 자서전 ‘한동훈의 선택, 국민이 먼저입니다’를 발간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6일 당 대표 사퇴 후 두달 간 침묵을 깨고 “책을 한권 쓰고 있다”며 “머지않아 찾아뵙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예약이 시작되자 온라인 서점 판매 1위에 오르면서 한동안 숨죽여왔던 친한(한동훈)계에서도 흥행몰이에 가세하고 있다. 박상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전날(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일 광화문 교보문고 오픈런 예정”이라며 유튜브 ‘언더73’을 통해 최초 사인본 공개와 북토크 방송을 진행하겠다고 알렸다.

한 전 대표는 자서전을 ▷계엄의 밤 ▷선택의 시간 ▷진퇴의 시간 3개 파트로 나눠 12·3 비상계엄 선포 후 당 대표직을 내려놓기까지 과정과 소회를 풀어냈다. 또 지지자들에 대한 미안함, 윤 대통령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 등을 담았다. 그러면서도 정권 교체만은 막아야 한다며, 차기 대통령 적합도 관련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견제구를 날렸다.

대선 출마를 시사해 온 홍준표 대구 시장도 이날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다. 지난 19일 이 대표에 이어 두 번째 주자로 3명의 패널과 토론할 예정이다. 홍 시장은 지난달 24일 ‘정치가 왜 이래?’라는 저서를 내기도 했다. 대선 시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지난 23일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조기 대선이든 정상 대선이든 시장직에 있어야 당원들 표 얻는 데도 좋고 여러 가지 면에서 효과적’이라고 하자 홍 시장은 ‘대선이 만약 생기면 시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개헌론을 띄우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유 시장은 전날(25일) ‘제2회 시도지사 정책 콘퍼런스’에서 “최근의 정치적인 혼란 상황이 국회와 중앙정부의 막강한 권력에서 빚어진 산물이라고 볼 때 지금이 분권형 개헌을 시도할 적기”라며 “각계 전문가와 함께 헌법 개정안을 마련했고, 곧 국회 토론회를 거쳐 공론화하겠다”고 말했다.

공개 석상 노출을 늘리면서도, 강성 지지층에 보조를 맞추는 주자들은 대선 출마에는 명시적으로 선을 그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책임당원협의회 임원진 출범식 및 탄핵심판 공정촉구 결의대회’ 전 조기 대선에 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앞질러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아픔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출마 검토 등)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김포시청에서 ‘서울시-김포시 서울런 MOU’ 후 ‘조기 대선 시 시장직을 사퇴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앞으로 또 시간이 더 흘러야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을 것 같다”며 “그 전에 대선 출마 등 관련 사항을 언급하지 않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사과와 통합 메시지를 주문했다. 오 시장은 “지금까지 계엄과 관련해 많은 국론 분열이 있었다”며 “이제 결자해지 차원에서 국민 화합을 도모하는 당부 말씀이 있으면 가장 좋겠다”고 했다. 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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