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의 남산공방] 핵무장 주장에서의 사각지대, 어떻게 다룰 것인가


지난 7일(현지시간) 핵보유국인 인도가 또 다른 핵무장국 파키스탄을 상대로 미사일과 전투기를 동원해 군사 작전에 나섰다. 이후 5일 동안 양국 간 무력 충돌이 이어졌으며 국제사회는 다시금 핵전쟁 가능성에 긴장하는 모양새다.

1999년 카길 전쟁 당시에도 핵 확전 우려가 제기됐듯, 이번에도 핵무기 사용 여부가 최대 관심사였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이번 무력 충돌은 상호 핵무장을 이룬 국가 간에도 전면적 군사 충돌이 배제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국내에서 핵무장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국내 핵무장 주장에 따르면 한미동맹을 유지한 채 미국을 설득해 자체 핵무장을 이루고, 이를 통해 북한과의 공포 균형을 형성함으로써 안정적인 안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인도와 파키스탄의 사례에서 드러난 불안정성은, 한반도에서도 핵무장이 곧바로 공포의 균형과 안정적 안보를 보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더욱이 국내의 핵무장 주장들에서는 이러한 경험적 우려뿐 아니라, 공포의 균형이 실질적으로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지에 대한 성찰도 부족해 보인다.

무엇보다도 핵무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주장들은 넘쳐나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확보해야 하며, 그 통제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국내 핵무장론의 주된 논거인 ‘공포의 균형’이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기초적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선행되어야 한다.

북한과의 공포 균형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핵탄두 수량은 몇 개인가. 전략핵과 전술핵의 차이, 수소폭탄과 증폭핵분열탄 등 다양한 위력의 핵무기 존재를 고려할 때, 어느 수준의 폭발력이 우리에게 요구되는가. 나아가 모든 핵보유국이 핵 3축 체계로 불리는 핵무기 운반수단의 능력까지 포함해 전력을 평가받는 현실에서, 우리는 어떤 종류의 운반수단을 어느 정도 보유해야 하는가.

이러한 핵심 질문들에 대한 답이 부재한 상황이라면, 결국 국내 핵무장론은 그 최종 상태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또한 한미동맹이라는 구조 속에서 핵무장을 추진한다면, 핵무기의 지휘통제 체계에 대한 명확한 해답 역시 요구된다. 전시작전통제권이 한미 연합사령부에 위임된 현행 연합방위체계 아래에서, 한국이 보유한 핵무기는 누구의 통제 아래 두어야 하는가.

미국의 또 다른 동맹국인 영국은 자국 핵무기의 지휘통제 권한을 나토 연합군사령부에 위임한 바 있다. 우리 역시 한미 연합사령부에 이를 위임해야 하는가. 아니라면 기존 연합방위체계와는 별도로, 핵 운반수단, 조기경보, 지휘통제, 핵표적 획득 등 핵무기 운용을 위한 독자적인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결국 핵무장론은 단순히 핵무기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수준을 넘어, 얼마만큼의 핵전력이 필요하며 그것을 어떻게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다룰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숙고 없이 제기되는 주장은, 한국의 핵무장론이 아직 충분히 성숙되지 않았음을 보여줄 뿐이다.

김광진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공군대학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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