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새 주인에 오아시스…181억원 들여 ‘토종 플랫폼’ 살릴까

판매자들은 “신뢰 깨졌다”…구영배 수사 촉구
홈플러스 M&A 여부 관심…수조원 몸값이 문제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한 시민이 티몬 본사 앞을 지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티메프 사태’ 1년 만에 티몬이 새 주인을 찾았다. 티몬을 품은 오아시스는 빠른 정비 후 서비스를 재론칭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셀러(판매자)들의 반발과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은 변수다.

서울회생법원 회생3부는 지난 23일 티몬의 회생계획에 대해 강제 인가를 결정했다. 회생계획안은 지난 20일 열린 관계인 집회에서 한 차례 부결됐다. 관계인 집회 결과에 따라 티몬은 청산 위기에 놓였지만, 법원의 결정으로 살아났다.

법원은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는 것이 회생 담보권자, 회생채권자, 근로자 및 기타 모든 이해관계인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부결된 회생계획안의 내용대로 상거래 채권(중소상공인 및 소비자) 회생채권자를 위해 권리 보호 조항을 정해 강제 인가 결정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회생채권자 의결권 총액의 절반 이상인 59.47%가 회생계획안에 동의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 회생계획안이 청산가치 보장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고, M&A에 대한 인수 대금이 모두 납입돼 회생계획안이 수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제시했다. 오아시스가 티몬을 인수할 경우 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어 근로자의 고용 보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오아시스는 티몬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낸다. 총 181억원의 인수 대금을 투입했다. 오아시스는 지난 4월 티몬의 최종 인수 후보자로 선정된 후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116억원의 인수 대금을 투입했다. 이후 추가 갚아야 할 미지급 65억을 추가로 입금했다.

업계는 오아시스가 신선식품을 넘어 종합 유통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오아시스 회원 수는 200만명이지만, 티몬은 400~500만명에 달한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1세대 e커머스 대표 주자였던 티몬이 정상적으로 회생된다면 토종 플랫폼의 저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형식상 인수는 마무리됐지만, 실질적 합병은 숙제로 남았다. 가장 큰 변수는 셀러들의 잔류 여부다. 상거래채권자에 대한 0.76%라는 낮은 변제율 때문이다. 오아시스는 업계 최저 수수료와 구매 확정 후 익일 정산시스템을 즉시 도입해 피해 셀러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 셀러들은 신뢰가 깨졌다는 입장이다. 한 피해 셀러는 “오아시스 측의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티몬에서 더 이상 제품을 판매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티메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인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회도 “서울회생법원의 결정은 불가피했다고 생각되지만, 합리적 판단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홈플러스[임세준 기자]


비대위는 입장문을 통해 낮은 변제율을 지적했다. 비대위는 “대형 사고회사는 회생의 기회로 면책이 되지만 모든 피해자는 면제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채권의 권리가 모두 사라진 피해자는 티몬과 함께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대규모 사태를 일으킨 경영진은 어떤 사재도 출현하지 않았고 티몬은 0.76%의 변제만으로 회사의 모든 채권을 청산 받고 이에 따른 기존 경영진의 책임도 사라졌다”며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지금 사태에 대해 정부는 더 이상 피해자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정부 측에 ▷티몬과 균등한 회생 기회 제공 ▷구영배 큐텐 대표 등 경영진의 불법 활동에 대한 분명한 응징 ▷특별법 신설을 통한 재발방지 및 피해 구제 등을 요구했다.

티몬의 M&A가 성사되면서 홈플러스도 주목받고 있다. 홈플러스는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큰 와중에도 M&A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티몬과 유사하다. 홈플러스가 0%대의 변제율을 제시해도 티몬의 선례에 따라 강제 인가 결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다만 인수자가 나타나야 가능하다. 홈플러스의 청산 가치는 3조7000억원 수준이다. 대부분이 보유 부동산이라 오프라인 매장을 사용할 원매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인수자 등장 가능성을 희박하다고 본다. 수만 명에 달하는 임직원의 고용승계를 보장하려면 기존의 사업 구조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회생이라는 명분 아래 홈플러스 채권자들이 더 큰 손해를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 중 수조 원에 달하는 홈플러스 인수 대금을 낼 여력이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며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홈플러스를 인수했다가 ‘제2의 MBK’라는 비판을 들을 수도 있어 리스크가 더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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