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담화, 이재명 정부 첫 공식입장
김정은 APEC 초청설 ‘헛된 망상’ 일축
남북관계 ‘국가대 국가’관계 전환 압박
대통령실 “남북 불신의 벽 높다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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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8일 ‘조한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우리는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공식입장을 다시금 명백히 밝힌다”고 말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대원·문혜현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8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잇단 대북정책 전환 신호에도 불구하고 남북대화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선 대통령 직함을 생략한 채 ‘리재명’이라고 지칭하고, 남북관계 역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 간 ‘조한관계’로 규정했다.
김 부부장은 28일 ‘조한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우리는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공식입장을 다시금 명백히 밝힌다”면서 “조한관계(남북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이미 완전히 되돌릴 수 없게 벗어났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을 겨냥해선 “앞에서는 조선반도(한반도) 긴장완화요, 조한관계 개선이요 하는 귀맛 좋은 장설을 늘어놓았지만 한미동맹에 대한 맹신과 우리와의 대결기도는 선임자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또다시 남쪽국경 너머에서는 침략적 성격의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의 연속적인 강행으로 초연이 걷힐 날이 없을 것”이라면서 “미한은 상투적 수법 그대로 저들이 산생시킨 조선반도 정세 악화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해보려고 획책할 것”이라며 내달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이 향후 남북관계의 시금석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한국에 대한 우리 국가의 대적인식에서는 변화가 있을 수 없다”며 “조한관계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은 역사의 시계초침은 되돌릴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남북관계에 대한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 정의를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 부부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김정은 국무위원장 초청 가능성에 대해서도 “헛된 망상”이라고 일축했다.
김 부부장의 이날 담화는 북한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공식입장이다.
그동안 무관심과 무시로 일관하던 데서 나름 반응을 보였다는 점과 대미비난과 ‘괴뢰’ 등 자극적인 표현이 없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 부부장은 “평가받을만한 일이 못된다”면서도 ‘대조선 확성기 방송 중단’, ‘삐라 살포 중지’, ‘개별적 한국인들의 조선관광 허용’ 등을 나열하며 “이재명 정부가 우리와의 관계개선의 희망을 갖고 집권 직후부터 나름대로 기울이고 있는 ‘성의있는 노력의 세부들’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이재명 정부를 향해 남북관계의 국가 대 국가를 수용하라는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이재명 정부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이라며 “이제 남북이 민족내부의 특수관계가 아니라 국가대 국가의 외교관계를 수립하자고 압박하는 것인데 우리로서는 인정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남북대화 재개와 남북관계 진전까지는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김 부부장 담화와 관련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북 고위당국자의 첫 대남 담화를 통해 표명된 북측 입장에 대해 유의하고 있다”며 “지난 몇 년간의 적대·대결 정책으로 인해 남북간 불신의 벽이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인 평화 정착은 이재명 정부의 확고한 철학”이라면서 “정부는 적대와 전쟁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일관되게 취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