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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양시 봉강면 매천 황현 생가. |
[헤럴드경제(광양)=박대성 기자] 일제 국치를 통분하며 자결한 독립운동가 매천 황현과 ‘무진기행’의 소설가 김승옥이 광양에서 기반을 닦았다는 사실이 새롭게 알려졌다.
13일 광양시에 따르면 매천(梅泉) 황현(黃玹, 1855~1910) 선생이 봉강면에서 태어났고, 순천만을 배경으로 쓰였다는 ‘무진기행’의 작가 김승옥(84)도 어린 시절을 이곳에서 보냈다.
매천 선생은 1888년 생원시에 급제했으나 현실 정치에 실망해 관직에 진출하기 않고 고향 초야에 묻혀 지내며 2500여 수의 시를 남긴 문장가이고 역사를 꼼꼼히 기록한 역사가이다.
‘경술국치’에 죽음으로 항거한 실천하는 지식인이자 ‘조선의 마지막 선비’로 사후에도 추앙받는다.
대표 기록물인 ‘매천야록’에는 대원군 집정(1864년)부터 경술국치(1910년)까지 위정자의 비리, 일제의 침략상, 민족의 저항 등 47년간의 역사가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정부는 고인의 충절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고, 광양시는 매천황현 생가 복원, 역사공원 조성, 매천동상 건립 등 매천의 숭고한 우국 정신을 기리고 있다.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한 소설가 김승옥은 1945년 부모님과 함께 귀국해 당시 그의 조부 김수행이 소유(1910년 매입)했던 매천 황현 생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순천으로 이사를 가서 이후 순천고, 서울대불문과를 졸업했다.
김승옥은 ‘생명연습’으로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후 1964년 순천만을 배경으로 소설 ‘무진기행’을 사상계에 발표해 유명 작가로 등극했고 ‘서울, 1964년 겨울’로 동인문학상을 최연소 수상하는 등 한국문학의 기린아로 떠올랐다.
특히, ‘서울의 달빛 0장’으로 제1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그는‘어두운 기억의 저편’으로 제8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광양 출신 소설가 이균영과도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김승옥의 부친은 여순사건(여수·순천) 때 사망하고, 조부 김수행으로부터 매천 황현생가를 상속받은 김승옥은 1989년까지 이 가옥을 소유했다.
해마다 봄이면 매천황현생가 앞마당에는 백목련과 자목련 두 그루가 나란히 서서 단아하고 탐스러운 꽃봉오리를 차례로 터뜨린다.
이현주 시청 관광과장은 “문기(文氣)가 면면히 흐르는 매천 생가에서 장소가 갖는 정체성을 찾아보고 문학적 감수성을 가득 충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