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엄포에도 스페인 “국방비 못 늘린다” 왜?

트럼프, 스페인에 “무례하다”며 맹공
“나토 회원국 중 5% 안 내는 유일한 나라”
스페인 총리 “이미 충분히 국방비 지출”
유럽에서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장 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국방비 증액안에 따르지 않는 스페인에 맹공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취재진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례하다”며 스페인을 비난했다.

그는 “스페인에 대해 매우 불만이다. 그들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로 올리지 않은 유일한 나라”라며 “나토의 다른 모든 국가는 5%로 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스페인이 한 일은 나토에 매우 나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스페인은 처벌받아야 한다. 관세를 통한 무역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페인의 국방비 지출과 관련해 내놓은 메시지 중 가장 수위가 높은 발언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도 스페인이 나토의 국방비 증액안에 동의하지 않았다며 스페인을 나토에서 퇴출시켜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부터 나토가 미국의 군사력에 무임 승차한다며 국방비 증액을 요구해왔다.

나토 회원국들은 지난 6월 나토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5%로 올린다는 목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스페인은 끝내 5% 목표에 동의하지 않았다.

결국 합의문에는 ‘모든 회원국’이 아닌 ‘회원국들’이라는 표현이 쓰였다.

스페인은 자국의 국방비 지출을 2.1%로 올리는 게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생각이다.

스페인은 지난해 기준 국방비가 GDP의 1.24%로, 군대가 없어 공식 통계에서 제외되는 아이슬란드를 제외한 31개국 중 비율이 가장 낮다.

스페인으로선 5%가 달성하기 요원한 목표인 데다 지리적으로도 러시아와 유럽 대륙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국가여서 국방비를 증액할 유인 자체가 적은 편이다.

다른 나토 회원국들에게도 5% 달성은 어려운 목표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폴란드 등 몇몇 국가만이 현재 GDP의 5%를 국방에 지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퇴출에 이어 관세 보복 카드까지 꺼내 들었지만, 스페인은 요지부동이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이날 자국의 카데나 SER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국방과 나토의 안보에 전념하고 있으며, 동시에 복지 국가 방어에도 똑같이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스페인이 이미 GDP의 2%를 국방비로 쓰고 있다며 “충분히 그 이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체스 총리는 국방비 지출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와 이견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상호 관계는 여전히 “완벽하게 우호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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