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전초전’…24일 말레이시아서 무역회담

희토류 통제·관세 100% 주고받은 美·中
24~27일 말레이시아서 5차 고위급회담
트럼프도 26일부터 1박2일 머물러 주목
30일 경주 APEC서 정상회담 의제 조율


지난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 4차 경제무역회담에서 미국 대표단(왼쪽)과 중국 대표단이 마주앉아 인사를 나누고 있다.[로이터]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미국과 중국이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말레이시아에서 제5차 고위급 무역회담을 갖는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허리펑 부총리가 24일부터 27일까지 대표단을 이끌고 말레이시아를 방문, 미국 측과 무역협상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상무부 대변인은 “양국은 올해 들어 양국 정상이 통화로 한 합의에 따라 중미 경제·무역 관계 중의 중요한 문제에 관해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 발표했다.

양국은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를 시작으로 6월에는 런던, 7월에는 스웨덴의 스톡홀름, 지난달은 스페인 마드리드 등에서 고위급 무역회담을 진행해왔다. 미국에서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했다. 중국에서는 허리펑 부총리가 카운터파트를 맡아왔다. 베센트 장관과 그리어 대표, 허 부총리는 제5차 회담 개최를 확정한 후 지난 18일 화상통화로 먼저 의견을 조율했다.

올해들어 다섯번째인 이번 고위급 회담은 오는 30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진행되는 미·중 정상회담의 전초전 성격이기도 하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양국 대표단이 무역 합의를 진행하면서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무역 분야 의제도 사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고위급 무역회담에 이어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이번 이벤트를 두고, 전문가들은 중국이 희토류 통제 범위를 양보할 가능성은 낮지만 대두 구매나 펜타닐 등에서는 진전이 있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미국이 최근 발표한 소프트웨어 통제 방침이 중국 제조업에 상당한 압박을 줄 수 있지만, 그럼에도 희토류 수출 통제와 관련해 양보를 하기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자얀트 메논 선임 연구원은 “미국의 소프트웨어 통제 시도는 가능한 최고의 합의를 확보하기 위해 위협을 가하는 공격적인 협상 전략의 일부로 볼 수 있다”며 “이는 미국이 최근 희토류 수출 통제에 대해 얼마나 우려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이 강요에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conomist Intelligence Unit)의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닉 마로 역시 “미국이 소프트웨어 수출에 강력한 통제를 가한다면, 중국의 중하류 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중국은 글로벌 산업 부문에서 지배력을 행사하는 데 점점 더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희토류 수출 통제 체제를 크게 해체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정말로 바랄 수 있는 최선은 현재 목격되는 긴장의 완화”라며 “이는 대두 구매 또는 펜타닐에 대한 성명을 포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회담 장소가 말레이시아라는 점도 눈에 띄는 점이다. 이전에는 회담이 줄곧 유럽에서 진행됐다. 말레이시아에서는 24일부터 미중 무역협상과 더불어 26일부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등 굵직한 국제 이벤트가 연달아 펼쳐지게 된다.

말레이시아를 회담 장소로 선택한 것은 우선 아시아 지역을 택해 협상에 나서는 양자간 균형을 잡는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여기에 미국이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26일부터 1박2일간 말레이시아에 머무는 것도 대표단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중국은 일찍부터 시진핑 국가주석의 아세안 참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시 주석은 4중전회에 집중한 후, APEC에서 열릴 미국과의 정상회담 준비에 돌입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에서는 아세안 정상회의에 리창 국무원 총리 참석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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