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평당 1억’ 확산…규제가 밀어올리는 집값

마포·동작·성동서 잇단 ‘1억 클럽’ 진입
대책 발표 전후 거래 급증, 가격 상승세
“규제 시행 전 막차 타자” 갭투자 몰려
“평당 1억 한강벨트 ‘뉴노멀’되는 형국”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 발표된 가운데 15일 오전 서울 남산에서 한 시민이 서울 시내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다. 이상섭 기자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한 당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59㎡(전용면적)가 24억원(7층)에 거래되며, ‘평(3.3㎡) 당 1억원’에 합류했다. 마포구에서 평당 1억원을 넘는 거래는 처음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넉달 만에 세 번의 부동산 대책을 냈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잡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부 지역에서 전세를 끼거나 대출을 늘려 집을 사는 것을 막은 10·15 대책을 전후해선, 내 집 마련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집값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마포구를 비롯해 동작구, 성동구 등에서도 이달 들어 첫 ‘평당 1억 아파트’가 등장했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위치한 ‘아크로리버하임’은 정책 발표 하루 전인 지난 14일 84㎡가 34억6000만원(8층)에 거래됐다. 동작구 아파트 가운데 처음으로 ‘평당 1억원’ 선을 넘어섰다. 규제 발표 당일인 15일에는 59㎡도 25억5000만원(20층)에 거래되며, 중소형 평형대까지 ‘평당 1억원’ 시대를 열었다.

성동구 옥수동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도 10일 59㎡가 23억8500만원(7층)에 거래되며 사실상 ‘평당 1억 클럽’에 합류했다. 다만 이 단지가 성동구에서 처음 평당 1억원을 넘어선 것은 아니다. 지난 3월과 5월, 서울숲아이파크리버포레1차 59㎡와 84㎡가 각각 25억원과 34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일찌감치 평당 1억원 고지를 넘어섰다. 해당 단지는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9월 25일 전용 59㎡가 31억3000만원(5층), 10월 5일 84㎡가 40억원(21층)에 거래된 바 있다.

서울 아파트 ‘평당 1억원’ 신화의 출발점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가 34억원에 거래되며 서울 아파트 가운데 처음으로 평당 1억원을 넘어섰다. 이후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59㎡가 지난달 25억원에 거래되며 두 번째로 평당 1억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2020년대 들어 ‘래미안퍼스티지’와 ‘신반포2차’ 등 반포 주요 단지에서도 연이어 평당 1억원 거래가 성사되며 본격적인 평당 1억원 시대가 열렸다. 약 5년여만에 강남권에서 강북권으로 고가 아파트 거래가 확대된 것이다.

시장에선 아파트값이 오른 원인으로 대책 발표 전 거래가 급증한 것을 지목하고 있다. 수요가 몰리다보니 가격이 밀어올라간 것이다. 실제 정책이 발표된 15일 하루 동안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매매 계약은 670건(23일까지 신고건 기준)에 달했다.

16일부터 서울 전역 및 경기 남부에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등을 발효하고 20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발효되는 ‘5일 시차’를 두면서, 마지막으로 전세 끼고 매매하려는 갭투자 수요도 크게 몰렸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규제 발표일인 15일부터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전날인 19일까지 5일간 서울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단지는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로 한 단지에서 12건이나 계약서를 썼다.

내달 초 조합설립인가를 앞둔 강북권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성산시영아파트에서는 규제 시행을 하루 앞둔 15일, 하루 동안 매매계약 10건이 성사됐다. 총 3710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시공사별로 성산유원(1~15동), 성산선경(16~23동), 성산대우(24~33동)로 나뉘어 있다. 최근 거래에서도 각 단지별로 신고가가 이어졌는데, ‘성산유원’ 59㎡가 13일 15억5000만원(13층), ‘성산선경’ 50㎡가 8일 13억5000만원(14층), ‘성산대우’ 50㎡가 13억원(9층)에 거래되며 모두 최고가를 새로 썼다.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게자는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전세를 끼고 갭투자하려는 막차 투자 문의로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이번 주 들어서는 수요가 뚝 끊겼다”며 “지난주 매매가격은 84㎡ 기준 평소보다 상향된 12억원 초반대, 전세가는 약 6억7000만원 수준으로 전세가율은 50% 안팎”이라고 설명했다. 윤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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