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기업에 넘긴 명칭 사용권·보수 공사 일방 통보…공연계 권리 침해”

핸드볼경기장 명칭 사용권 계약 후폭풍
페스티벌 성지 88잔디마당 공사 진행
“공연업계 논의 없이 일방 통보, 추진”


88잔디마당에서 열린 야외 음악 페스티벌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25(Grand Mint Festival 2025, 이하 GMF)’ [민트페이퍼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공연장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대중음악 공연계가 주요 공연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88잔디마당, 핸드볼경기장을 운영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불공정 행정을 우려하며 한목소리를 냈다.

사단법인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음공협)는 24일 성명을 내고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일방적이고 비상식적인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공단은 공공시설을 운영하며 공연업계를 협력 파트너가 아닌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만 보고 있다”고 일갈했다.

음공협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관리하는 올림픽공원 내 시설물의 주 사용자로서 최근 공단의 일방적 결정으로 공연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협회가 언급한 사안은 두 가지다. 먼저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의 명칭 사용권 계약 문제다. 앞서 NHN링크(티켓링크)와 공단은 총 100억원 규모로 명칭 사용권을 체결했다. 핸드볼경기장은 이제 ‘티켓링크 라이브 아레나’라는 이름으로 사용된다.

더불어 계약에선 “공연 티켓의 50%를 NHN링크에 배정”하고, “공연기획사에 5%의 티켓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조항이 달렸다. 협회에선 “공단은 특정 기업에 공공 공연시설의 명칭 사용권을 넘기며 공연업계의 고유 권리인 공연기회사와 아티스트의 예매처 선택권까지 논의 없이 팔아넘겼다”고 꼬집었다.

NHN링크가 명칭 사용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협회에선 문화체육관광부와 공단에 수차례 공청회를 요청했다. 지난 8월 2차 간담회를 마쳤지만 협회 측이 요청한 “대관 수수료에 상응하는 베네핏, 확보한 100억원의 예산에 대한 정보 공개”는 묵살됐다.

협회 관계자는 “이는 공연업계의 자율성과 고유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 불공정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와중에 각종 대중음악 페스티벌이 열리는 88잔디마당의 공사 계획도 갑작스럽게 발표했다. 공단은 앞서 지난 13일 공식 홈페이지에 내년 7월부터 2027년 6월까지 88잔디마당의 잔디를 보식하고 배수 기능을 개선하는 공사를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약 3만3000㎡ 규모의 88잔디마당은 노천 무대를 갖추고 있어 ‘서울재즈페스티벌’,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등 대규모 K-팝 행사를 개최하는 공연장으로 활용 중이다.

음공협은 “공연업계 당사자들과 협의 없이 88잔디마당 보수 공사 계획을 공연업계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통보했다”며 “그 결과 2026년 예정된 주요 페스티벌과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고 호소했다. 특히 내년은 서울재즈페스티벌과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GMF)가 20주년을 맞아 업계에선 대형 기획을 준비 중이었다. 협회 관계자는 “축제를 열기 위해선 보통 1년 전부터 출연자 섭외를 비롯한 준비에 돌입하는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9월 말 간담회에서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자 한강시민공원이나 다른데 가서 하라는 말만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공연업계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대중음악 공연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페스티벌은 물론 크고 작은 각종 공연을 열 수 있는 야외무대와 공연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공원이나 체육시설 등을 공연장 형태로 개조해 열린 페스티벌과 같은 공연은 지난해 상반기 258건에서 오해 377건으로 늘었다. 티켓 판매액도 290억원에서 323억원으로 늘었다.

협회는 “공연업계는 수십 년 동안 공단의 문화 동반자로서 협력하며 함께 성장해 왔다. 불모지였던 대중음악 공연문화를 일으켜 세우고 K-컬처의 세계적 위상을 만든 주역이라 할 수 있다”며 “공연업계는 매년 공단에 막대한 대관료를 납부하고, 수많은 관객이 올림픽공원을 찾도록 함으로써 공단의 재정에 기여해 왔음에도 공단은 공연업계를 ‘논의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랜 시간 공단의 불합리한 운영을 묵묵히 감내해 왔지만 최근 벌어진 공단의 일방적이고 비상식적인 행태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습니다. 이에 협회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망각한 공단의 책임을 단호히 묻겠다”고 했다.

음공협은 콘서트, 페스티벌, 월드투어, 내한공연 등 국내외 대중음악 공연을 주최·주관하는 40여개 회원사로 구성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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