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하마스 끝장낼 수도…가자 휴전 위태로워진 것 아냐”

네타냐후, ‘하마스 휴전위반’ 주장하며 대응 필요성 설득
“美, 뒤로는 휴전 깰 과격조치 자제 촉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일본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재개로 휴전 파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자신이 중재한 휴전이 “위태로울 이유가 없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동시에 “필요하다면 무력 사용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이스라엘에 다시 한 번 힘을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서울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자지구 무력 충돌 재발과 관련해 “휴전이 위태로워질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마스가 이스라엘 군인 한 명을 살해해 이스라엘이 반격한 것으로 안다”며 “그런 일이 발생하면 이스라엘은 당연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마스의 휴전 합의 위반을 이유로 군에 공습을 지시한 데 대한 공개적인 입장 표명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28일(현지시간) “하마스가 합의를 어겼다”며 즉각적이고 강력한 공격을 명령했다. 이는 가자 남부 라파 지역에서 하마스 대원이 이스라엘 부대를 공격한 데 대한 대응이었다.

이스라엘군은 즉시 항공기를 동원해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와 남부 칸유니스 지역을 공습했다. AFP통신은 가자지구 민방위당국을 인용해 이번 공습으로 최소 30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구조대가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수색 중이어서 사상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추진한 ‘가자 평화구상’이 휴전을 넘어 종전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마스는 중동 평화의 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며 “우리가 원한다면 하마스를 쉽게 제거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하마스는 끝장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마스를 무력으로 괴멸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에 평화 합의에 동의한 것”이라며 하마스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휴전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다만 사소한 충돌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나 다른 무장세력이 가자지구 내에서 이스라엘 병사를 공격한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이에 대응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이런 발언은 휴전 중 무력행사를 사실상 묵인하며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공개적으로 두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휴전은 지속된다’는 명분 아래 제한적 군사작전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조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스라엘은 공습 재개 전부터 미국 측에 가자지구 내 군사작전의 필요성을 설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Axios)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백악관과 미 중앙정보국(CIA)에 “하마스가 휴전 합의를 위반했으며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마스가 인질 시신 송환을 지연하고 있다는 정황을 담은 영상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하마스의 행위가 휴전 합의를 ‘심각히’ 위반한 것은 아니라며, 이스라엘에 “휴전을 위태롭게 할 과격한 대응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같은 날 이스라엘군과 긴급회의를 열고 공격 재개나 가자지구 내 점령지 확대 등 보복 방안을 논의했다. 한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는 “회의에서 구체적인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향후 어떤 조치를 취할지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악시오스는 “회의 직후 라파 지역에서 교전이 발생하자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공습을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아시아 순방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 휴전 파기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가자지구 휴전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 중재자로서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내세운 최대 외교 성과로 꼽힌다. 따라서 휴전의 지속 여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핵심 과제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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