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노을 데이트 성지 여기가 모래밭이었다고?…또 한번의 천지개벽 남았다 [세상&플러스]

조선시대부터 한강 중심에 있어 사람들 즐겨 찾던 곳
오페라하우스·복합 문화공간 등 여러 개발 계획 나왔지만 번번히 무산
노들 글로벌 예술섬 조성사업으로 서울의 랜드마크 기대


한강에서 바라 본 노들섬.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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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서울 용산구 이촌동과 동작구 노량진을 잇는 한강대교. 이 대교를 건너다보면 한 가운데에 동서로 길게 자리잡은 타원형의 섬을 마주하게 된다. 바로 ‘노들섬’이다. 노들섬은 현재 서울 시민에게 사랑받는 장소 중 하나다. 사시사철 다양한 문화 공연이 열리는 이곳에 해질녘이 되면 친구, 연인, 가족들이 모여든다. 서울에서 손꼽히는 일몰 장소로 입소문이 나서다.

이렇게 서울 시민에게 큰 사랑을 받는 노들섬이 또 한 번의 변신을 시작한다. 이 변신은 시민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 그 여정을 따라가 봤다.

모래밭→스케이트장→오페라하우스→텃밭→복합 문화공간


1930년대 한강인도교 모습. [서울시 제공]


노들섬은 원래 섬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모래벌판이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노들섬은 조선시대 때 ‘모래밭 마을’이라는 의미의 ‘사촌’으로 불렸다. 이 시기에도 해지는 풍경이 아름다워 ‘용산 8경’으로 불렸다고 한다.

하지만 1910년대 일제강점기에 들어서 이촌동과 노량진을 연결하는 한강 인도교가 만들어지면서 이곳 주변 모래를 모아 언덕을 만들어 섬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이때 지어진 이름이 ‘중지도’(中之島)다.

중지도는 광복 이후에는 여름에는 물놀이 백사장으로,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변신했다. 접근성이 좋아 당시에도 많은 시민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그러다 1968년 한강제방도로(현 강변북로) 건설에 이곳의 모래를 사용하면서 모래밭은 사라지게 된다. 이후 유원지로 개발하려던 계획이 세워졌지만 무산됐다.

그리고 1980년대 88올림픽을 위한 한강 정비사업이 진행되면서 중지도는 원래 크기보다 커지며 지금과 같은 12만㎡ 규모로 확장된다. 그리고 1987년 노들나루에서 유래한 ‘노들섬’으로 이름이 바뀐다.

노들섬의 변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005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한 기업으로부터 노들섬을 매입했다. 소유권을 서울시로 이전하면서 오페라하우스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이 계획은 무산된다.

이후 2006년 오세훈 시장이 ‘한강르네상스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노들섬 문화 컴플렉스 조성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2011년 박원순 시장이 이 계획을 전면 백지화시키면서 노들섬은 ‘노들텃밭’으로 운영된다.

그리고 마침내 2016년 노들꿈섬 공모 운영자를 선정, 서쪽에 공연장과 편의시설을 지으면서 2019년 ‘노들섬 복합문화공간’으로 모습을 갖추게 된다. 사람으로 치면 참 기구한 운명이라 할 수 있다.

3700억원 투입해 ‘노들 글로벌 예술섬’ 조성, 2028년 준공 예정


남쪽에서 바라 본 노들 글로벌 예술섬 조감도. [서울시 제공]


그렇게 6년여간 문화의 중심 공간으로 사용되던 노들섬은 또 한 번의 변신을 맞이할 예정이다.

바로 ‘노들 글로벌 예술섬’ 조성사업이다. 이 사업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한강르네상스 2.0: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하나로 2023년 ‘서울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방안’으로 선정된 공공분야의 첫 번째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약 37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데 2028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몇 차례 개발 계획을 시도했던 오세훈 시장에게도 노들 글로벌 예술섬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오 시장은 지난 10월 21일 열린 착공식에서 “노들섬은 제게 10년 전부터 아픈 손가락이었다”며 “노들 글로벌 예술섬은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서울이 지향하는 첫 수상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현재 노들섬은 반쪽짜리 섬이라 할 수 있다. 공연장과 편의시설은 모두 섬의 서쪽에 들어서 있다. 노을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곳 또한 서쪽이다.

반면 섬의 동쪽은 사람이 잘 찾지 않는다. 실제 지난 10월에 방문한 노들섬은 서쪽에만 사람들이 있었다. 반면 섬 동쪽으로 가자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숲을 마주했다. 한강변(수변부)은 산책할 수 있었지만 길이 잘 정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섬 동쪽 끝에는 넓게 헬기장이 들어서 있어 휑하기까지 했다.

노들섬 동쪽에 위치한 헬기장. 손인규 기자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상 현재의 노들섬은 반쪽만 이용되는 상황이어서 온전히 섬을 다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며 “노들 글로벌 예술섬 조성으로 섬 전체를 시민이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들 글로벌 예술섬 디자인은 세계적인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이 맡았다. 헤더윅은 런던의 ‘롤링 브릿지(Rolling Bridge)’, 뉴욕의 ‘리틀 아일랜드(Little Island)’, 베슬(Vessel) 등을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다.

서울시 계획에 따르면 공사는 ‘하늘예술정원(공중부+지상부)’과 ‘수변문화공간(기단부+수변부)’으로 나눠 차례대로 진행된다. ‘수변문화공간’은 생태적 복원과 접안시설을 개선해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이곳을 찾는 모두에게 휴식, 체험,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홍수위벽 바깥쪽 수변부를 먼저 착공하고, 안쪽 지상부는 내년 중반에 착공 예정이다. 착공 전까지 라이브하우스 등 현재 건축물과 잔디마당 등 시설물은 이용이 가능하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노들섬 공중보행로 조감도. [서울시 제공]


수변문화공간이 완성되면 이어서 ‘하늘예술정원’ 조성이 시작된다. 헤더윅의 설계 당선작인 ‘사운드 스케이프’는 한국의 ‘산’을 형상화한 설계안으로 콘크리트 기둥 위로 7개 비정형의 ‘떠 있는 꽃잎’으로 구성된 공중정원이 들어선다. 그리고 동~서를 연결하는 ‘공중보행로’에는 전시 공간과 전망대를 조성한다.

특히 동쪽 숲은 낙엽활엽수의 다층 구조 숲으로 조성하여 생물 다양성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이 서울시 계획이다.

맹꽁이 이전 등 환경 영향 우려로 반대 여론도


지난 10월 21일 열린 노들 글로벌 예술섬 착공식. [서울시 제공]


다만 이런 노들섬 개발 계획에 반대 여론도 있다. 세금 낭비, 환경 파괴 등의 문제 제기가 있는 상황이다.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서울시가 어떤 명분을 내세워도 노들섬 사업의 본질은 수천억 원을 들여 생태계를 파괴하는 토건사업”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환경단체는 섬에 서식하고 있는 맹꽁이가 이번 사업으로 피해를 볼 것을 우려하고 있다. 노들섬은 대표적인 맹꽁이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최 팀장은 “현재 맹꽁이 서식 환경이 열악해진 것 자체가 지난 20년간 서울시가 강행한 여러 차례의 강제 이주 때문”이라며 “이미 트라우마가 누적된 맹꽁이들에게 또다시 이주를 강요하는 것은 사실상의 퇴거 명령”이라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환경에 미칠 영향을 최소로 줄일 계획을 세웠다. 서울시는 사업 초기부터 맹꽁이를 포함한 동쪽 숲의 가치와 생태적 특수성을 인지하고 2024년 9월 전문가, 시민, 행정이 함께 논의하는 생태협의회를 만들어 설계용역 착수 때부터 운영해 오고 있다.

서울시의 조사 결과 동측 숲은 양버즘나무, 아까시나무 등 외래종과 생태계 교란 식물이 많아 버드나무 같은 토종 식물 서식지를 밀어내고 있었다. 땅은 사질토양으로 배수성이 강해 맹꽁이, 개구리 등 양서류의 서식 기반이 되는 습지가 협소해서 건강한 숲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이에 서울시는 1년간 전문가, 시민, 행정이 함께 논의해 다양한 생물이 공존하며 숲이 스스로 순환할 수 있는 구조로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외래종 나무가 점령한 단순한 수종의 숲을 자생종 낙엽활엽수 중심의 다층구조 생태 숲으로 전환한다. 또 맹꽁이를 비롯한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할 수 있도록 토양을 개선하여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사 기간에는 맹꽁이의 주요 서식지를 중심으로 임시 보호구역을 마련해 이주·보호하고, 공사 완료 후에는 보호 울타리를 철거해 동측 숲 전체로 서식지를 확장할 예정”이라며 “공사 완료 후에는 문화예술 공간 운영과 생태 관리를 긴밀히 연계해 시민이 숲을 올바르게 이용하고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들섬 서쪽 공원에 시민들이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손인규 기자


시민들도 노들섬 개발 계획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냈다. 동작구에 사는 이모(75)씨는 “노들섬은 산책하기가 좋아 자주 나오는 곳”이라며 “더 좋게 변한다니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대방동에 사는 노모(28)씨는 “다른 한강보다 사람이 적어 좋았는데 개발이 되면 너무 붐비게 되는 것 아닐까”라며 “지금처럼 여유로운 공간이 더 좋은 거 같다”고 말했다.

노들 글로벌 예술섬 조성사업에 국내 건축가로 참여하는 간삼건축 진교남 부사장은 “시민 삶에 큰 영향을 끼칠 이런 큰 사업에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며 “그런 의견들을 모아 최상의 해법을 찾을 것이고 그렇게 완성된 노들 글로벌 예술섬이 서울이라는 도시의 품격을 높일 하나의 랜드마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2028년 서울 시민들은 한강 정중앙에 새로운 모습의 노들섬을 맞이하게 된다. 오랜 변화를 거쳤지만 항상 서울 시민 옆에 머물러있던 노들섬이 어떤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 곁에 나타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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