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1주년 앞둔 野 ‘체제 전쟁’ 모드?…서울·부산시장은 “사과해야” [이런정치]

계엄 1주년 앞두고 오세훈·박형준 “진심 사과” 요구
수도권·청년 민심 이탈에 당내 일각 위기감 고조도
당 지도부는 “체제 전쟁” 외치며 지지층 결집 우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 광역단체장들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지방선거총괄기획단-시도 광역단체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해솔 기자]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연이어 당에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주문했다. 다음 주면 계엄 선포 1주년을 맞고, 내년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둔 시점인데도 당이 ‘내란 프레임’ 속에 갇혀 호응받지 못하고 있다는 데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은 흐트러진 전열부터 정비해야 한다며 지지층 결집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다.

최근 오 시장과 박 시장은 각각 국민의힘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오 시장은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도층과 수도권, 청년 민심이 중요하다”며 “계엄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해야 한다. 국민의힘의 변신은 거기서 시작된다”고 했다. 박 시장도 지난 23일 정책 세미나에서 “국민의힘이 분명하게 국민에게 (계엄은) 정말 잘못되고 미안한 일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과 부산은 내년 지선 최대 격전지이자 승부처로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지역들이다. 오 시장과 박 시장은 현역으로서 재도전이 유력하게 점쳐지는데, 당 지지율이 계속 박스권에 갇혀 있자 계엄·대선 이후 ‘당심(黨心)과 민심’의 괴리를 원인으로 보고 당의 각성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 지도부와 원내는 이런 위기감과 다소 동떨어진 분위기다. 장동혁 대표는 전날 전국 원외 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민주당을 우리 싸움터로 끌고 와 체제 전쟁에 나서야 한다”며 ‘체제 전쟁’을 거듭 강조했다. 장 대표는 “나라를 망가뜨리는 것은 민주당인데 왜 우리가 뒤로 물러서야 하나”라며 “우리가 무엇을 한다고 해서 민주당이 이 전쟁을 끝내 주겠나”라고도 했다.

신동욱은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대선 패배 이후 당 내부 지지층들이 굉장히 여러 가지 생각으로 갈라져 있고, 제대로 결집돼 있지 못하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민주당의 공세에 대응하지 못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며 “12월 예산국회도 있고, 정기국회도 남아 있기 때문에 그런 방향(지지층 결집)으로 우선은 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앞서 의원총회에서도 대여 투쟁 방안 논의 등을 우선시하며 계엄 1주년 대응과 관련해서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지도부가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 하루빨리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정당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는 취지의 지적이 나온다.

박정훈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서 “만약 장 대표가 ‘윤어게인’ 세력을 부정하고 그분들을 포기하는 순간 그분들이 투표장으로 안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걸 걱정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면서도 “그렇다면 그분들의 의견에 그냥 맹목적으로 동의하고, 그분들과 선을 긋지 못하는 모습으로 갈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당 지도부가 그런 모습을 갖는다면 한 분 한 분 따라올 수 있다”며 “그런데 지금은 그분들의 의견에 올라타 있는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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