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주 먹었는데” 참치 속 ‘수은’…아시아 공장굴뚝서 퍼졌다

- POSTECH·WHOI·KIOST 연구팀, 플랑크톤 동위원소 분석 태평양 수은 기원 추적


인위적인 수은 배출원에서의 해양으로의 거동 메커니즘.[POSTECH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세계인이 매년 약 300만 톤 섭취하는 ‘참치’를 비롯한 태평양 어류 속 수은이 아시아에서 온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권세윤 교수 연구팀이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강동진 박사 연구팀과 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WHOI)의 로라 모타 박사 연구팀과 함께 아시아에서 배출된 수은이 태평양으로 이동해 해양 생태계에 축적되는 경로를 규명했다.

수은은 석탄을 태우거나 쓰레기를 소각할 때 대기에 퍼져 나가고, 아주 먼 거리까지 이동한다. 바다에 도달한 수은은 ‘메틸수은’이라는 독성 물질로 변해 먹이사슬을 따라 축적되고, 결국 참치처럼 인간이 많이 먹는 대형 어류에 고농도로 쌓인다.

1956년 수은 중독으로 인한 미나마타병이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2017년 국제 수은 협약이 발효된 이후에도 아시아에서 배출된 수은이 태평양 어류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오랫동안 숙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KIOST의 연구선 이사부호를 이용해 대한해협부터 뱅골만에 이르는 서태평양해역(북-남 축)과 필리핀해에서 하와이 근해까지 중앙 태평양(서-동 축)에서 플랑크톤을 채집, 수은 안정 동위원소)를 분석했다. 수은 안전 동위원소는 배출원마다 고유한 ‘지문’을 가지는데, 연구팀은 이런 과학적 특징을 이용해 플랑크톤 속 수은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추적했다.

그 결과, 아시아에서 배출된 수은이 태평양으로 유입되어 생물체에 축적된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됐다. 또한 바다로 유입되는 수은의 경로를 분석한 결과, 육지에 가까운 해역에서도 최소 60% 이상이 강이 아닌 대기를 통해 들어온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 이는 국제 수은 협약이 강조하는 대기 배출 감축 정책의 타당성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권세윤 POSTECH 교수.[POSTECH 제공]


권세윤 교수는 “수은 연구가 시작된 지 70년이 넘었지만, 아시아 산업활동에서 배출된 수은이 태평양 어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해 늘 아쉬움이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수은의 ‘출처’를 정량적으로 밝혀 세계 공중보건 정책 수립에 활용할 수 있는 근거 데이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로라 모타 박사는 “플랑크톤은 해양 먹이사슬 가장 기본에 있는 생물로, 이를 통해 생물체에 흡수되는 수은의 양과 경로를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며 “해양 생태계와 인류를 위한 국제 정책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포트폴리오 저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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