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과징금 ‘2조’ 후폭풍…확정 시 기업대출 여력 최대 28조 감소

금감원, 은행 5곳에 과징금 2조 사전통보
과징금 확정시 위험가중자산 급격히 늘어
CET1 등 자산건전성 지표 하락 불가피해
위험가중자산 14조 추가에 50% 가중치
정부 ‘생산적금융’ 목표 차질 우려 목소리도


홍콩ELS 피해자모임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펀드 피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은행들에 약 2조원의 과징금을 사전 통보하면서 은행권의 위험가중자산(RWA)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대로 과징금이 확정될 경우 향후 10년간 은행권의 기업대출 여력은 최대 28조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생산적금융 대전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징금 규모를 합리적으로 책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관련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은행 5곳에 대한 과징금 2조원이 확정될 경우 은행들의 기업대출 여력은 최대 28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금융 규제 체계인 ‘바젤 규제’는 은행에 부과된 과징금을 신용·운영 리스크로 분류한다. 이에 따라 은행은 과징금을 내게 되면 과징금의 600%를 더한 자본금을 10년간 위험가중자산(RWA)에 반영해야 한다. 2조원을 기준으로 보면 앞으로 10년간 은행 5곳의 위험가중자산에 14조원이 추가되는 셈이다.

위험가중자산이란 빌려준 돈을 위험도에 따라 위험가중치(RW)를 달리해 계산한 자산을 말한다.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면 은행 건전성 지표인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줄어든다. 특히, 보통주자본비율은 주주환원 수준을 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비율이 떨어질 경우 금융지주의 기업가치 제고 강화 정책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은 더 많은 자기자본을 쌓거나 대출을 줄여 자기자본비율을 낮춤으로써 건전성을 개선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그중에서도 은행들은 대출 축소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자본 확충은 유상증자에 따른 지주사의 주주가치 훼손 등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기업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50% 수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과징금 부과에 따라 늘어나는 위험가중자산 14조원에 이를 적용하면 은행은 최대 28조원의 기업대출 여력이 줄어들게 된다. 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의 LTV(담보인정비율) 담합 혐의 관련 과징금 등이 추가로 부과되면 대출 여력은 더욱 축소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생산적금융’ 정책을 고려하면 과징금 2조원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생산적금융에 총 508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는데, 수조원대 과징금이 부과되면 해당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과징금이 규모가 크면 클수록 RWA에 가중치를 반영해서 자본 비율 등을 관리해야 하므로 CET1 등의 하락이 불가피한 요소가 있다”며 “생산적 금융이 강조되는 시기에 CET1 하락 부분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관리할지가 중요해질 것 ”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8일 금감원은 홍콩H지수 ELS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은행 5곳에 합산 과징금 등 약 2조원을 사전 통보했다. 우리은행도 해당 상품을 판매했지만 규모가 작아 사전통지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금융사가 위법 행위로 얻은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관건은 수입을 ‘판매금액’과 ‘수수료’ 중 무엇으로 보느냐인데, 금감원은 판매금액을 기준으로 삼고 보다 높은 과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다음달 18일 제재심에 해당 안건을 올리고 본격 제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과징금 부과 규모는 금융위에서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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